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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ChatGPT 갖고 놀기 7부 ChatGPT로 바라본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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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이 먼저 발전하고 그에 맞춰 우리의 일상이 변화되어 왔습니다. 기술의 진보에 적응하며 살아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인류가 전기를 발견하고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자동차와 기차의 개발도 마찬가지였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때도 같았습니다. 최신 기술 동향을 접하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갑자기 전세계에 화두를 던지고 인류는 발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제 경험으로 보면 PC,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두 유사한 패턴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하고 눈 앞에 던져지고, 처음에는 이걸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만져 보다가 신기하고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고 던져질 때의 놀라움이 점점 더 극에 달하는 느낌입니다. 1980년대 초 어렸을 때 잘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가면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애플의 매킨토시였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습니다. 인터넷도 이미 1993년 대학 1학년 때 하이텔로 PC통신으로 원시적이지만 체험은 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PC와 인터넷은 미리 존재도 알았고 경험도 해봤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대량 생산과 광통신망이 깔리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저 같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퍼졌을 뿐이지 이미 기술의 존재와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제 눈 앞에  던져진 느낌이었습니다. 2009년 아이폰이 대한민국에 처음 선보였을 때 제 손에 아이폰을 쥐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예쁘고 신기한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이걸로 뭘 해야 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2007년에 미국에서 출시된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강력한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감히 이세돌 9단에게 도전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구글이 미쳤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 수십 년간 컴퓨터로 바둑에서 인간을 이겨보려고 노력했지만 인류의 실력 근처에도 못 올 정도였기 때문에 저는 콧방귀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참하게 완패를 당하고 나서 받은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이 점차 단계를 거쳐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던져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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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으로 인류를 정복한 후에도 인류는 인공지능 개발에 전력을 쏟았지만 바둑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예측은 많았습니다. 인간의 신경망을 본 떠 만든 딥러닝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자동차의 자율주행도 하고, 인간과 토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버전이 3.5지만 4.0에서는 얼마나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기술이 진일보할 때마다 인류는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느낍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학교에서부터 두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학생들에게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옵니다. 하지만 당장은 잠시 두려움에 금지시킬 수는 있어도 언제까지나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교육의 방식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술을 두고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인력들만 양산할 뿐입니다. 아예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거나, ChatGPT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편이 낫습니다. 모든 인류가 ChatGPT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소양이 되도록 공존을 택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ChatGPT가 됐든, 그 이상의 인공지능이 됐든 이런 방식의 일처리가 가능한 모델이라면 지금의 ChatGPT가 가진 한계인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편협할 수 있다는 점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물론 인간의 인지 능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로 업그레이드 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소요될지 알 수는 없으나 한스 로슬링이 말한 팩트풀니스 (Factfullness, 사실충실성)와 정보의 정확성은 반드시 갖춰야 하고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시간이 갈수록 인공지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고 공부하려고 해도 더 쉽고 빠른 방식이 옆에 있으면 효율성을 따지게 되므로 기존 방식에 대한 피로감과 방식의 전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입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때인 1993년에 교양 과목의 교수님 한 분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정 책을 읽고 관련 주제를 조사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해서 열심히 책도 읽고 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도 해서 리포트를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했더니 리포트에 D를 받았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교수님을 찾아가 여쭤보니 교수님의 답변은 제출은 했으니 F는 아니고 컴퓨터로 작성을 했으니 베꼈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D라는 것입니다. 사전에 손으로만 쓰라고 고지를 하지 않으셨으니 억울하다고 말씀 드려봤지만, 교수님은 리포트는 손으로 쓰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고 앞으로도 리포트를 컴퓨터로 작성하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손으로 베껴 쓰는 학생은 본 적이 없으신 것인지 따져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손 글씨로 리포트를 쓰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요? 

 

아마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은 금지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인류 모두가 구글처럼 매일 사용하는 툴이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최소한 저는 지금을 돌이켜 보며 제가 만났던 한 교수님처럼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고 버티던 몽매 (蒙昧)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서가지는 못할지언정 뒤쳐지지는 말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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