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으로 밥은 먹고 살겠구나'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7년경 처음 BIM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는 저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몰랐고, 어찌 보면 쉽고, 어찌 보면 어려운 개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CAD 업계에서 나름 유명해져서 원하든 원치 않든 계속해서 BIM을 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용어를 들어라도 봤지만 주변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뭘 가지고 시작해야 될지도 몰랐고 공부 재료나 소스도 전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헤매고 있을 때, 2011년 8월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와 도화엔지니어링으로 스카웃되어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출근까지 2개월간 시간이 남아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중앙대학교 심창수 교수님께서 BIM 학회 주관으로 'BIM 매너저 과정'이라는 교육이 있어 자비로 참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11년 당시 우리나라의 BIM 현주소를 알 수 있었고, 소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그 동안 해외 사례를 토대로 많은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실무에서 적용만 하면 되는데 도화엔지니어링의 2011년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토목 설계 업계 전체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BIM은 무슨 얼어죽을,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며 생존이 목표인 전쟁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후 2년간 제 인생에서 그렇게 야근과 철야를 많이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간신히 살아남아 버티다가 결국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저는 다시 BIM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제는 지인들이 BIM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를 무작정 찾아가 친구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Revit을 배웠습니다. 이틀인가? 사흘째인가? 오래 전에 면접을 봤던 한미글로벌에서 합격 통보가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BIM을 다시 접어야 했지만 그래도 한미글로벌은 건축사사무소인데다가 엔지니어의 끝판왕이라는 분들이 모인 곳이니 일말의 희망은 있었습니다. 감리든 CM이든 BIM을 피할 수 없을 테니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다짐하고 입사했습니다.
그러나 리비아 현장에서 토목 CM 담당, 일본 현장 두 곳에서 CM 단장을 역임하며 BIM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한미글로벌에서의 생활에는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오랫동안 찾던 회사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해외생활을 4년 정도 하니 가족과 떨어진 시간이 길어져 어쩔 수 없이 다시 이직하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도 가족이 먼저니까요.
이후부터 저는 지금까지 한화임팩트 (舊 한화종합화학) 태양광 IPP 사업팀에서 기술그룹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일본 현장이 바로 태양광 현장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력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이제 다시 또 BIM을 꺼내게 됩니다. 2022년 대한민국의 BIM 현주소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이상 늦추면 영원히 BIM과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뭔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알될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BIM과의 질긴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2부에서 시작될 내용들은 제가 일본 현장에서 CM 단장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혼자서 BIM이 도대체 뭔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한 과정을 기록한 내용들입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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