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한 사람으로 제 의견을 말씀 드립니다. 저는 주한미군 극동건설공병단 (FED) 관련 토목 설계만 12년을 했고 용산 기지는 지금도 손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토목기술사 취득할 때 시험도 용산 기지에서 치렀습니다. 드래곤힐 1층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현준 건축가가 “뷰가 좋아서 미군이 주둔했나보다”, “여기에 국방부장관이 왜 앉아 있나”라고 말했는데 역사를 잘 모르고 한 얘기입니다. 물론 똑똑하신 분이니 잘 알고 계시겠지만 잠시 착오나 착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용산은 민비가 임오군란을 제압하려고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해서 용산에 청나라가 주둔하기 시작했고, 동학농민운동 진압하려고 일본이 다시 그 자리에 주둔했으며, 광복 이후 일본이 쓰던 땅과 건물에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이 지은 건물을 미군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건물도 많습니다. 지은지 100년이 넘은 건물도 있습니다.
이렇게 용산은 140년 가량 남의 나라 군대가 주둔하는 땅이 되어 버렸고 군사 시설 보호라는 명분 하에 대한민국 국민의 접근과 기지 주변의 개발이 불가능해진 것이죠. 그러니 뷰가 좋을 수 밖에요. 높이 지으면 기지가 훤히 들여다 보이니 못 짓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이 용산에 있으니 당연히 한미연합사가 용산에 들어서고 국방부도 옆에 둘 수밖에 없었죠.
뒤늦게나마 이제서야 용산이 우리에게 반환되어 돌아왔는데 이곳에 청와대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 잘 보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는 항상 녹지 공간에 대해 서울을 비판했고 저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용산에만, 유독 윤석열에게만 녹지 공간 얘기를 안 합니다. 청와대가 들어가야만 녹지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일까요?
평소 소신과 논리대로 안 그래도 시민을 위한 녹지 공간이 부족한 서울에, 그것도 뷰가 좋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가장 중심에 있는데 시민들에게 돌려줘야지 용산에 청와대가 웬 말이냐고 건축가로서 앞장서서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의 한 수’라니 이게 무슨 논리인가요?
이런 식이라면 유현준 건축가가 항상 말하는 벤치가 많고, 숲이 있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도시계획적 공간이 있는 서울의 모습은 결국 오세훈과 윤석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로 인해 유현준 건축가 본인이 마음 편히 쉴 수 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평소에는 안 보이던 녹지 공간이 갑자기 넉넉해 보이는 착시현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항상 말하던 랜드마크와 건축물의 규모와 높이는 권위라고 비판했는데 결국 ‘뷰’라는 권위와 권력을 윤석열에게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살짝 엿보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세하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머슴이 임기 시작하기도 전에 주인에게 500억원 내놓으라고 하나요? 그것도 역사적으로 가장 마음 아픈 땅에 뷰가 좋다고 건축가 한 분은 ‘신의 한 수’라고 하고 있고…
저는 용산 미군기지는 당연히 서울 시민,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청나라, 일본군, 미군 주둔에 관한 박물관을 만들어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한가운데인데 우리가 못 들어간 140년 가량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잘못된 역사를 남긴 것에 대한 반성을 분명히 용산과 우리 가슴 속에 아프지만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3월 19일 국민일보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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