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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KBO 프로야구 복귀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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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아니 보다 정확히 히어로즈 구단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팬들이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도 MBC 청룡 어린이 회원이었던 죄(?)로 LG 트윈스의 팬으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 아저씨입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연예인과 같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리면서 돈을 벌어 들입니다. 물론 실력이 뛰어나야 팬들이 좋아할 테니 야구부터 잘해야 합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불공평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스포츠 보면서 스트레스 푸는 것만이 유일한 낙인데 야구도 못하고 인성도 엉망인 사람이 나보다 돈도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만큼 부와 명예를 누리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책임이 따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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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음주운전으로 많이들 걸리는데 유독 연예인들과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잣대가 더욱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게 싫으면 '공인'의 자리를 내어 놓으면 될 일입니다. 내가 산 티셔츠와 모자의 일부가 선수에게 직접 전달되는 프로야구 시스템도 그렇고, 광고도 많이 찍으며 부수입도 짭짤한 데다가 최근 150억원 연봉 계약 소식을 접하면서 깜짝 놀라곤 합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하나도 못 건져온 주제에 다들 돈은 많이 벌고 있으니 배가 아픈 것도 사실입니다.

 

 

강정호... 피츠버그에서 뛸 때 응원했었습니다. 저는 넥센 시절 잘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잘했고 추신수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만 더 뛰었다면 추신수를 뛰어넘는 초고액 연봉도 노려볼만 했습니다. 3루수라는 내야수가 수비에 홈런까지 많이 친다면 미국에서는 몇 백억 연봉은 족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굴러들어온, 아니 본인이 잠 안자고 연습해서 힘겹게 맺은 결실을 음주운전으로 본인이 스스로 걷어 찼습니다. 그것도 두 번은 누구에게도 말하거나 보고하지도 않고 숨겼고, 세번째는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하려다가 잡힌 것입니다. 죄질이 매우 안 좋으니 미국에서도 입국 거절되어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눈물의 기자회견을 해도 여론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히어로즈에서 뜬금없이 계약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연봉 3천만원 최저 연봉으로 계약했다면서 말입니다. 히어로즈는 그러면 자신들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사람을 용서해준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여론에 반해서 구단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팬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앞으로 음주운전을 세번을 하든, 열번을 하든 강정호의 선례로 인해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인데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모기업인 키움은 기업 이미지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데 키움증권은 무슨 죄인가요?

 

어린 선수들에게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요? 그게 올바른가요? 야구 선배로서 마음 아파서 그랬다고 단장이라는 사람이 그랬다던데, 야구 선배가 팬들의 여론을 거스를 만큼 대단한가요? 이런 식으로 용서를 한다고 선수 생활 몇 년 못한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죠. 용서를 받았으니 프로야구, 고교야구, 리틀야구의 코치나 감독, 아니면 사설 트레이닝 센터를 선수 출신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으니 더 큰 문제입니다. 야구는 죄를 지어도 평생 직장인가요? 

 

학교 폭력이든, 불법 도박이든, 음주운전이든, 마약을 하든, 어떤 죄를 짓든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는 점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할 어른들과 선배라는 사람들이 정반대로 야구나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강정호의 프로야구 복귀를 결단코 반대하며, 나아가 야구로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주운전은 살인 미수죄로 취급되어야 하고, 세번이나 동일 범죄를 저지른 것은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기회를 세번이나 줬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좀 흘렀다고 다들 잊었겠지 하며 자꾸만 용서해주면 나중에 강정호는 봐주고 나는 왜 안 봐주냐는 억울한 선수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그러니 악마의 재능이라도, 마음이 아파도, 이번에 끊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선수들을 앞으로도 자주 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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