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대부분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0~30년 전에 비하면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학력이 높아졌고, 각자 자리에서의 전문성도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적응을 잘해왔고, 적응하지 못했던 세대들은 은퇴하고 있습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인터넷과 컴퓨터 혁명을 경험한 세대가 벌써 50대가 되었습니다. 저와 동시대를 살아온 모든 분들이 이뤄낸 성과를 현 세대들이 배우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세대가 처음 접하거나 적응하면서 배운 것들의 양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우리 세대가 만들고 경험한 데이터에 새로운 정보들까지 더해서 공부해야 하니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양을 접해야 합니다.
요즘 빅데이터, 메가트렌드,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과 새로운 용어들의 홍수들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잠깐 멈칫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데이터들에 도태되기 쉽습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같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 홍수와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차별화되고, 좀 더 수준 높고 전문적인 자료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린 세상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구글,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들은 검색하는 행위와 광고의 노출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뭘 좀 찾으려고 하면 광고만 찾아주거나, 검색어와는 무관한 광고만 검색되기도 하니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검색의 완성도를 높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은 참 빠르게 돌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정부, 공공기관, 민간 기업, 연구소, 협회 및 학회 등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담당하는 사람과 정치 권력이 바뀔 때마다 행정부처의 명칭과 조직 구성이 크게 바뀌기도 합니다. 바뀔 때마다 가져올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분쟁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소중한 자료들이 보고서, 매뉴얼, 가이드라인, 보도자료, 설계 및 시공 기준, 사례집 등의 형식으로 일반인들에게 배포되거나 발간되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렵게 만든 자료들을 찾는 일도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어렵게 만든 소중한 자료들을 또 누군가 자신의 일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아 다니는 수고로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제주에는 육지부와 달리 소위 ‘강’이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은 물이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사시사철 유유히 흐르는 곳입니다. 그런데 제주에 그러한 강은 없습니다. 도내 일부 소수 하천에서만 하류나 중류에서 용천수가 솟아올라 짧은 구간에 흐를 뿐입니다. 그래서 제주도의 하천은 모두 건천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제주의 하천을 무미건조 할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도외 지역과는 달리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기암괴석과 거대한 소(沼), 하천변의 울창한 숲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제주의 하천 입니다. 143개의 하천이 한라산을 기점으로 하여 북쪽 바다를 향하여, 남쪽 바다를 향하여 달려 나가는 형태를 한 제주의 하천은 수많은 혈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자연생태계 중 유일하게 단절되지 않고 고도별로 식물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제주의 하천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하천을 중심으로 수많은 생물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천이 대부분이지만 제주도의 하천 에는 약 40여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어류뿐만 아니라 양서파충류, 수서곤충이 사는 공간이며 이들을 먹으러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노루, 오소리 등 포유류가 물을 마시러 오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제주인 들에게 하천은 식수를 구하는 곳이기도 했고 신앙의 장소였으며 어릴 적 수영하던 추억의 장소 였습니다. 그래서 하천의 소마다, 기암괴석마다 이름이 있고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서중천, 창고천, 외도천 등 하천 안이나 주변에서 선사 유적지가 발견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제주인에게 하천은 기댈 수 있는 자연자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주의 하천은 복개, 하천정비, 도로 및 주차장 건설, 하수유입, 골재채취 등으로 수난을 당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하천 복개, 하수유입, 골재채취는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현재까지 제주 하천 파괴의 가장 큰 주범은 바로 하천 정비입니다.
하천정비 과정에서 제주도 하천의 원형이 상당부분 사라졌습니다. 제주의 하천 중에 하천 정비를 하지 않은 하천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143개의 하천 중 지방하천, 소하천 가리지 않고 하천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비 과정에서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던 웅장한 소(沼)들은 포클레인에 파괴되었고 기암괴석도 사라졌습니다. 하천 양변으로 울창했던 숲도 공사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는 제주도 건천에 대한 고려 없이 도외 지역에서 하는 강 정비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행정당국에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란 점에서 문제가 더 큽니다. 현재 제주도 관급공사 중 가장 큰 사업이 하천정비 사업이라 할 정도로 토건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하천 정비의 명분은 홍수 예방 등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명분일 뿐 사업내용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필요를 넘어선 과도한 정비라는 것을 알 수 있습 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것의 근거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올해 하천정비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명확한 피해 근거도 없이 하천 정비를 하고 있는 곳을 여럿 확인했습니다. 정비를 했는데도 불구 하고 또다시 중복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 곳도 확인했습니다. 제주도당국은 10년 전부터 하상 정비를 안 한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여러 개의 소하천은 하상정비를 하고 있음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천 안의 용천수가 없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현재의 하천정비 사업을 고수하면 안 됩니다. 제주도 하천정비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 이 필요한 때 입니다. 과도하게 부풀린 홍수피해를 근거로 지난 수십 년간 쉬지 않고, 제주도 하천의 원형을 파 괴하고 있는 하천정비사업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제주도 하천의 모습은 과거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 하천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책보고서에서는 문제점의 지적과 함께 작게나마 정책 제안과 대안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이 조그만 책자가 제주도 하천관리 패러 다임을 전환시키는 조그만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1장 제주의 하천
1. 제주의 하천, 사진으로 읽다
2. 제주의 하천, 건천이란 무엇인가?
3. 평가 절하돼 온 제주 하천의 가치
2장 제주 하천정비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1. 제주도 하천정비사업의 문제
2. 최근 제주도 하천정비사업 실태
3장 대안의 모색
1. 하천의 자연성을 위한 제주도 하천정비에 대한 제언
2. 제주도 하천관리에 대한 정책 제언
3. 왜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공간과 그린웨이가 필요한가?
4장 부록
제주도내 하천 현황과 하천정비 현황
최근 5년간 제주도 하천정비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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