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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평생 공부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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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밝힌 적이 있었지만, 저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비생산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옛날 선비들 중에 한량과는 정반대로 골방에 쳐박혀 책만 읽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 한량의 모습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술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선비들은 한량이든 책벌레든 돈을 버는 데는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가 딱 그런 것 같습니다. 큰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매일 글을 쓰질 않나,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 언어 3개 (LISP, VBA, Python)를 할 줄 안다고 프로그램 팔아서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대책없는 한량들 처럼 술 마시는 데에 돈을 펑펑 쓰거나 도박이나 주식으로 돈을 갖다 버리거나 하지는 않으니 그나마 건전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돈 아까워서 술 자리를 줄이고 집에서 혼술 하기도 하고, 남들 다 한다는 골프도 연습 좀 하다가 돈이 많이 들어 관두고, 옷이나 화장품에 돈 쓰는 것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짠돌이의 면모도 지니고 있습니다. 오로지 책을 사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밀리의 서재’ 덕분에 많이 아끼고 있지만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책벌레 스타일의 선비 같은 남편을 둔 아내는 많이 답답해 합니다. 아내는 밖으로 놀러 나가고 싶은데 해야 할 공부와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인 저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침 딸아이도 집순이 스타일이라 저랑 같이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다만, 놀 때는 확실하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가면 최선을 다해 누구보다 열심히 놉니다. 어쨌든 놀 때를 제외하면 항상 뭔가를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심심하고 지루한 것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저는 그것을 공부로 푸는 것 뿐입니다. 당장의 돈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저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도 항상 좀 더 풍족한 상태에서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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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렇게 평생 공부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평생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당장 손 놓고 돈을 쫓아본다고 돈이 저절로 저에게 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쉽사리 그럴 수도 없습니다. 한 때 돈을 많이 번 적도 있었습니다. 잠깐이지만 5년 정도 해외 파견 근무를 하며 제 또래가 벌기 힘든 액수의 돈을 벌어봤습니다. 아마 5년 정도 해외에서 일을 더 했다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대출 조금 끼고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했던 이유는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삶에 회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가족들이 희생하면 풍족하게는 살 수 있지만 나중에 그걸 가족들이 알아줄까 싶었습니다. 함께 있어야 할 때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해외 근무를 했다면 모를까 돈 좀 번다고 떨어져 사는 삶은 저와 저의 가족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 사회 초년병 시절에 혼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공부하다가 결심한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날마다 일보 전진’과 같은 문구를 메모해두고 매일 되뇌이며 살았습니다. 현재 저의 대부분의 하루 루틴은 그때부터 몸에 밴 습관들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지하철 출퇴근 길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퇴근 후에 운동하고 공부하다가 자는 일상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같이 놀아주고 육아에 전념하느라 많은 시간을 못냈지만 지금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저만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할 때 아이도 같이 앉아 다른 공부를 하거나 혼자서 놀기도 하니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저도 뭔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매일 하는 공부는 그대로 하되, 뭔가 50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할만한 좀 더 크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테크 관련 유튜브, 1인 앱 개발 회사 창업, 내일 배움 카드 발급, 기술사, 인공지능 등 이것저것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관심 정도일 뿐이고 체계적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 50대 후반이 되어도 저는 뭔가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은 분명한데 고용불안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이어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평생 공부하는 습관은 계속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미래는 언제나 불안했고, 항상 불확실했으며,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변함없이 잃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인 자세였습니다. 좌절하고 자책해봐야 저만 손해입니다. 그 시간에 책 한 글자라도 더 읽고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가 되고자 매일 공부합니다. 평생 공부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요. 어차피 인생은 장기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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