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 모든 운동에너지를 동원하여 위치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 김진애 건축가
알쓸신잡에 나왔고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진애 건축가의 말입니다. 물론 건축가 중에 이 말을 한 최초의 인물은 아닙니다. 듣고 나서 너무 좋아 메모해두고 보니 여러 건축가들이 비슷한 표현을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누가 처음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건축가들을 위해 헌사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토목엔지니어로서 가슴 깊이 공감합니다. 건축과 토목이 하는 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비용을 들여 모든 운동에너지를 동원하여 정적인 고정 구조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을 멋있게 위치에너지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정역학을 배웁니다. 정적인 역학이란 뜻입니다.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구조물이 구조적으로 안정한지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여기에 재료역학, 구조역학, 교량공학, 항만공학, 도로공학, 토질역학 등의 학문 모두 정역학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정역학의 시작이자 끝은 모든 힘의 합이 제로가 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최소한 버티는 힘인 강도가 하중과 자중보다 크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안정된 구조물이 비로소 위치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건축에는 위치에너지 외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더 있습니다. 미학적인 부분과 공간에 대한 배려입니다. 토목은 무조건 안전하고 기대 수명이 길수록 좋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물은 예쁘고, 교량은 크고 무식해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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