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교육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할 만큼 높아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아이가 영재 (英才)여도 고민이고, 둔재 (鈍才)여도 고민입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있는 90% 이상의 아이들의 부모들은 항상 고민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들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라지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부모의 욕심과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아이들은 경쟁이라는 절벽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부모가 소위 중산층 이상의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이 남들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중산층 이하라면 어떻게든 아이는 성공해서 자신처럼 자라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심이 더해집니다. 자본주의의 속성 상 가난과 부는 대물림 됩니다. 부모가 부자면 아이는 부자가 되고, 부모가 가난하면 아이도 가난합니다. 가끔씩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를 잃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공부가 곧 돈이고, 돈이 곧 공부입니다. 공부하는 데에 돈을 쏟아 부을수록 성적이 좋아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적이 나아지진 않더라도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재벌의 아이들은 다들 유학을 가고 해외의 좋은 대학을 나와 경영수업을 받는 것을 보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한 그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대부분 초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들은 사교육비로 한 명 당, 한 달에 백만원 이상을 지출합니다. 뭔가 대단한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학원 2~3개 정도에 그 정도 금액은 저렴한 편입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한 달에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천만원 가까이 지출한다고 합니다. 강남에 살고 있고 동네 사람들에 비해 그 정도 지출은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니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한 달에 백만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기 위안으로 살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져 낙오자가 되는 것은 어느 누구도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그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그런 마음을 이용한 산업입니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된 아이들을 뒤쳐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목으로 부모들에게 겁을 주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애가 바보가 되고, 공부 안 하는 껄렁껄렁한 애들끼리 모이게 된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거기에 옆집은 한 달에 수백 만원도 쓰는데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자격지심이 더해집니다. 영어에도 ‘keep up with the Jonese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평균치 정도 수준에 맞춰 살아간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도 적용됩니다. 최소한 남들 만큼은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뜻하기도 합니다.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서 투입하는 비용 대비 성과를 모두가 거두고 있나요? 애초부터 그게 가능한가요? 모두가 다같이 학원을 다니면 모두가 다같이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순위를 매기는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과외 선생님도 그렇고 학원이란 곳도 그렇고 시험 보는 기계로 만들어서 시험에 잘 나올만한 문제들을 선별해서 가르쳐줄 뿐이니 그게 성향에 맞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헛돈만 쓰고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그저 돈을 들여 학원을 다니게 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과 자기 위안이 전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을 경제학에서는 효용 (效用)이라고 합니다. 효용이란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행동의 결과로 얻는 주관적인 기쁨이나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그냥 돈을 썼고 아이가 비뚤어지지는 않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안심하는 것 뿐이지 모두가 공부 잘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처럼 마치 로또처럼 내 아이의 공부 포텐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고 확률 낮은 것에 베팅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인이 나서서 바꿀 수 없는 전 사회적 불합리한 시스템이므로 그냥 순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싸울만한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모순적인 시스템을 신봉하고 옹호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고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의 교육 시스템도 유럽과 비슷해지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문제라고 하는 저도 몇 년 후에 사교육비에 허덕이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혼자서 다른 생각을 해도 와이프가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이제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니 아직 잘 몰라서 그런다고 타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뭐라도 된 마냥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사교육을 감히 거부하거나 고치려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아이가 원하지 않는 교육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행복해 하지 않으면 세상 어떤 좋은 교육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모른 채로 살더라도 아이와 가족 모두가 행복해 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저도 못 가본 서울대를 왜 싫다는 아이에게 강요해야 하는지 저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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