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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이라크와 두바이 출장 후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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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이라크에 출장을 다녀온 후기입니다. 당시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말 그 당시 저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30대 후반의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이라크에 갔으며,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위험하고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당시에 쓴 글을 최대한 첨삭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보기에 불편한 곳은 아주 조금 손을 봤습니다. 몇 부에 걸쳐 연재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정리해볼 테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묵었던 호텔 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조형물들이 보이는 곳이었다. 방에서 본 전경은 이랬다.

 

▲ 호텔 밖 전경

영화에서나 보던 이국적인 모습이다아침에 찍은 사진들이고 뿌옇게 나왔는데 처음에는 안개인줄 알았더니 모래폭풍이라고 한다호텔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오느라 고생했다며 이라크 정부에서 회의 전에 만찬을 준비했다고 해서 배가 안 꺼진 상태에서 또 먹었다공짜는 무조건 먹어야 한다.

 

▲ 만찬 풍경

이라크의 주식은 과일야채닭고기 그리고 양고기다특히 양고기 특유의 냄새는 견디기 쉽지 않다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이라크 음식이 입에 잘 맞았다이름 모를 요리들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음식 중에 마치 국수를 잘게 잘라놓은 듯한 무언가가 보였다자세히 보니 국수가 아니라 중동 지방 특유의 밥이라고 한다길쭉한 모양이고 우리가 먹는 쌀보다 서너 배는 길어 보였다. (첨언 이라크 정부 고위 관리가 대접해준 덕분에 맛있게 먹은 것이지 호텔 음식은 별로였습니다재료의 상태도 별로였고 메뉴들이 몇 개 없어서 거의 일주일 동안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어쨌든 제가 양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양고기를 어떻게 요리해도 저에게는 맛있었습니다일행 중 몇몇은 양고기 냄새도 못 맡았지만 저는 열심히 먹었습니다바그다드 시내는 회의 참석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할 때 잠시 구경만 했는데 폭탄 테러에 의해 폐허가 된 건물들이 많았고총알 자국이 있는 건물은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건물들이 총탄의 흔적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 중동 지방의 쌀로 지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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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혼자서 몰래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자세한 공부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긴장이 풀어져 정말 푹 잔 것 같다일주일간 바그다드에서 체류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테러에 대한 공포와 음식이었다우리가 묵었던 호텔 식당에는 메뉴가 서너 가지 밖에 없었고 다 먹어봤지만 그나마 양고기가 제일 나았다하지만 일주일을 똑 같은 것만 먹으니 견디기 쉽지 않았다그나마 아침마다 나오는 그냥 그런 빵과 상태 안좋은 계란 프라이로 버틸 수 있었다중간중간 호텔 건물 밖 정원을 산책했다. (첨언 호텔 밖은 감히 엄두도 낼 수가 없습니다. M60으로 무장한 경비가 경계 근무 중인 탓에 한발짝도 호텔 외곽 방호벽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사진을 웃으며 찍은 이유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기 위함이었고호텔 안에서는 다들 각자 방에서 다음 일정을 대기하면서 쉬고 있었습니다저는 PMP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며칠 남지 않은 시험 준비로 바빴습니다.)

 

▲ 호텔 정원에서

생각보다 표정이 밝은 것은 아내와 딸에게 보내줄 사진이었기 때문이다걱정이 태산 같은 가족들에게 안심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와이파이 상태가 좋은 로비에서 카카오톡과 페이스 타임으로 현재 상황을 계속해서 알려주었다.

 

▲ 딸아이와의 페이스 타임

(첨언 : 이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10년 전이니까 당시에는 4살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가 저렇게 어렸을 때 해외로 참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꿈 같은 시절로 기억에 남아있고 술 한 잔 들어가면 누가 말리지 않으면 밤새 얘기할 이야깃거리로 써먹고 있습니다. 이 얘기들은 제 주변 지인들은 이미 수백 번씩 들었던 얘기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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