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이라크에 출장을 다녀온 후기입니다. 당시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말 그 당시 저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30대 후반의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이라크에 갔으며,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위험하고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당시에 쓴 글을 최대한 첨삭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보기에 불편한 곳은 아주 조금 손을 봤습니다. 몇 부에 걸쳐 연재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정리해볼 테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일주일간의 기나긴 회의와 기다림의 연속에서 벗어나 드디어 바스라 (Basrah)로 이동하게 되었다. 원래 일정은 두바이로 다시 비행기로 나간 뒤 비행기로 다시 바스라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비행기 예약이 잘 안되어 자동차로 500 Km 이상을 달려가야 했다. 또 다시 테러에 대한 극한 공포가 밀려왔다. 이라크 정부가 호송 차량을 대동해서 10대 이상이 일렬로 사막 한 가운데에 놓인 고속도로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제발 조용히 티 내지 말고 달리자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가면 될 것을 시끄럽게 소리 내면서 달리면 더 이상하지 않나? 혹시나 테러리스트들이 “야 시끄러운 쟤들 뭐냐? 한 번 쏴 봐.” 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5시간을 달렸다.
자동차들의 유리가 왜 하나같이 저렇게 금이 가 있는지 몰라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앞 차가 밟고 간 돌멩이들이 날아와 그렇다고 한다. 총알 자국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봤지만 찾지 못했다. 작은 돌에 저 정도면 이 차는 방탄차가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동영상을 캡쳐해서 해상도가 좋지 못하지만 정말 모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 그 자체다. (첨언 : 사막에 낙타도 보이고 중간중간 민가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심심한 풍경 밖에 볼 것이 없었습니다. 고저차도 거의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평평했습니다.)
드디어 바스라에 도착했다. 역시 군인들이 호텔을 지키고 있고 바깥 외출은 불가능하다. 테러 빈도는 바그다드보다 높다고 한다. 이곳에서의 일정은 바스라 주정부와의 전반적 협의와 이라크 총리 및 언론을 상대로 사업 발표다. 총리라고? 총리라니. 우리나라 총리는 TV에서나 봤는데 이라크의 총리를 만난다고? 심지어 나를 포함한 기술진들과 일일이 악수까지 했다. 바스라 주지사와 악수한 것은 기억조차 안난다.
경호원들이 하도 경호를 엄하게 해서 가까이에서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총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해서 멀리서나마 한 장 남겼다. 잘 모르겠다고?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기자의 신발 투척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바로 옆에 서있던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니 이렇게 안 좋은 기억밖에 없어 좀 미안하다. 우리가 머물던 당시는 이라크 지방 선거 유세 기간이어서 온통 거리는 선거 벽보가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모든 언론들이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기 위해 따라다녔다. 덕분에 우리들 모습이 그날 밤 이라크 뉴스에 총리의 일일 행적으로 편집되어 나왔다.
혹자들은 회의 중에 핸드폰으로 딴청 부린다고 하던데 나름 회의록을 정리하고 사전을 찾는 것을 오해한 것이다. 회의 중에 태블릿 PC는 되고 스마트폰은 안되나? 문화가 이상해졌다. (첨언 : 2013년만 해도 아이폰을 갖고 다니던 나를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009년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구입해서 2013년이면 iPhone4S 모델을 갖고 다닐 때였습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니 잔뜩 갖고 다니지 않고 메모나 기록을 아이폰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걸 뭐라고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휴대폰으로 딴짓 한다고 오해를 하셨던 것입니다. 메모를 하고 있다고 답하면 핸드폰으로 어떻게 메모를 하냐고 말도 안된다고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 지금 어딘가 저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스마트폰에 적응은 하셨나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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