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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이라크와 두바이 출장 후기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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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이라크에 출장을 다녀온 후기입니다. 당시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말 그 당시 저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30대 후반의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이라크에 갔으며,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위험하고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당시에 쓴 글을 최대한 첨삭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보기에 불편한 곳은 아주 조금 손을 봤습니다. 지난 글까지가 이라크 출장 후기였고 이번에는 출장의 마지막 후기로 한국으로 오기 전 경유하면서 잠시 머물렀던 두바이 후기입니다.

 


 

두바이에 도착했다. 드디어 살았다. 이제야 살았다.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13시간을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 바우처를 이용했다. 기쁜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보내려고 했더니 와이파이 이용료가 30분에 10달러다. 정말 인터넷은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 (첨언 : 또 돈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와이파이에 돈을 내려니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습니다. 두바이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단 13시간만 머물렀다는 점입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짧아도 너무 짧았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팜트리 (Palm Tree)와 팜비치 (Palm Beach)가 없었기 때문에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몰만 보고 왔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 두바이 호텔에서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곧바로 한인 식당을 찾았다그 동안 못 먹었던 김치부대찌개김치찌개파전제육볶음소주를 시켜놓고 푸짐하게 먹었다혈중 김치 농도를 정상치로 올려 놓았다. (첨언 두바이에서는 술을 팝니다한인 식당도 몇 군데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오랜만에그것도 낯선 곳에서 먹는 김치찌개와 파전의 맛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식당이 요리를 잘 못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았습니다이역만리 두바이에서 먹은 한식의 맛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의도된 과식을 마치고 두바이몰로 향했다정확히는 다운타운 두바이 (Downtown Dubai)라고 불린다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고 순수 관광 목적이다두바이몰은 우리나라의 여느 백화점보다 가격이 비싼 곳인 듯 하다진열된 상품들이 그냥 눈으로 봐도 비싼 것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다쇼핑몰 자체의 규모도 정말 대단했다사막에 지은 도시와 건물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 두바이몰 내부 전경

(첨언 : 위 사진의 아쿠아리움은 크기가 너무 커서 한 화면에 도저히 담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비스듬히 최대한 담아본 것인데 정말 규모에 압도 당했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에 이런 도시가 있는 것도 신기한데 아쿠아리움까지 갖다 놨으니 정말 오일 머니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쿠아리움은 돈을 내고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서 한참 구경하고 있어 사진 찍기 참 힘든 곳입니다. 따라서 눈으로만 담아갈 수 있는 인기 좋고 규모가 엄청난 아쿠아리움입니다.)

 

쇼핑 중 잠시 밖으로 나와 그 유명한 부르즈 칼리파 (Burj Khalifa)를 구경했다. 우리는 오후에 이곳에 갔지만 제대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오전에 와야 한다. 해가 건물 쪽으로 지기 때문에 역광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첨언 : 짧은 시간에 큰 맘 먹고 간 곳인데 역광으로 제대로 부르즈 칼리파를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아예 밤에 보던가, 아니면 오전에 보던가 해야 합니다. 정말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 부르즈 칼리파 호수 전경

 

이곳 호수에서 일정 간격으로 분수 쇼를 하는데 관광객들이 몰려 일대 장관을 이룬다.

 

▲ 부르즈 칼리파

 

너무 크고 가까워서 한 화면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다. (첨언 사진을 찍어보려고 혼자서 앉아도 보고 누워도 봤지만 도저히 한 화면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게다가 역광이라 사진도 별로였습니다그나마 건물 아래의 호수 전경이 더 잘나오고 예뻤습니다.)

 

▲ 부르즈 칼리파 호수에서

새로 산 썬글래스로 한껏 멋을 내고 찍었다. 나는 일과 공부를 위해 숙소로 돌아왔고 나머지 사람들은 추가로 쇼핑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첨언 : 저 썬글래스는 아직도 쓰고 다닙니다. 이제는 스크래치도 많고 낡아서 바꿀 때가 되었지만 이라크 출장 길에 죽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에게 썬글래스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며 샀던 것이라서 추억이 많습니다. 게다가 저 썬글래스가 이라크와 두바이 이후에 코타키나발루, 리비아, 일본, 미국 등 해외를 돌아다닐 때 항상 갖고 다녀서 저에게는 나름 소중한 물건입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 딸과 아내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에서 몇 년 동안 일 하시다가 귀국해서 나를 보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지 감히 상상도 안된다. 난 단지 테러의 공포와 함께 지낸 10일이 전부였으니까.

 


 

여기까지 이라크와 두바이 출장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2013년의 저는 정말 이라크는 가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글에서 그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물론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면서 용감해졌는지 상황에 따라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곳이어서 그랬는지 평소에 잘 찍지도 않는 셀카 (selfie)를 참 많이도 찍었었네요. 아마 언제 죽을지 모르니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전의 저는 25만원짜리 썬글래스 하나 정도는 가질 자격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참 열심히 살았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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