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1부 지리적 위치

본문

반응형

2014년 1월부터 저는 한미글로벌로 이직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회사였고 꿈에 그리던 직장을 다닐 수 있어서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입사와 동시에 저는 리비아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독재자였던 카다피 대통령이 축출되고 잠시 평화가 찾아왔고 여러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 재건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었습니다. 저도 리비아 재건 사업 중 하나인 주택 건설 사업과 인프라 건설 사업에 토목 엔지니어이자 건설사업관리자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위험 지역이다 보니 월급 외에 수당도 많이 받았습니다. 감히 제가 이런 돈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받았습니다. 딸아이는 아직 어려서 아빠가 오랫동안 멀리 간다는 사실을 잘 몰랐었지만, 아내는 당연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원하던 회사에 이직한 것까지는 좋은데 리비아로 간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위해 약 6개월동안 구직활동과 공부만 하면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전에 이라크 출장 기록에서 밝힌 바 있었지만, 똑같이 위험한 지역인데 오히려 떠나는 저의 마음은 더 편했습니다. 이라크 출장은 10일 정도였고, 리비아 파견 근무는 약 5년 정도 머물 생각으로 떠난 것이었음에도 마음이 더 편했습니다. 이유는 회사에 대한 애정과 만족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미글로벌은 직원들 모두 업계 최고들이 모인 전문가 집단이어서 저와 같은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사람들이 일하기에 최적의 직장입니다. 제 전문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평생 다니고 싶을 만큼 좋은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이런 회사와 함께라면 나는 어디든 가도 좋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도화엔지니어링도 충분히 좋은 회사입니다. 단지 당시의 저와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여하튼 5년 정도 각오하고 떠났지만 결국 6개월도 못 채우고 탈출해야 했습니다. 내전이 다시 발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까지 내몰렸고 극한의 상황까지 경험한 이후에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했습니다.

 

지금부터 해드릴 이야기들은 2014년 처음 리비아에 도착해서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소회를 남긴 글입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서 몇 차례 나눠서 올리고, 마지막에 긴박했던 리비아 탈출기를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탈출 후 귀국해서 쓴 글이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유의하실 점은 모든 기록과 데이터들은 2014년에 작성 당시 기준이고 개인적인 소회이므로 일부 잘못된 정보들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투박한 글솜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그때 글을 써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의상 반말로 쓴 글이니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반응형

 

리비아는 현재 위험하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원래 그랬고 그걸 알고 온 거니까. 그게 신경 쓰이면 아예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난 지금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리고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한국에서는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방송에는 리비아 소식이 거의 안 나온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소식들을 모두 전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통화할 때도 그런 얘기는 거의 안 한다. 굳이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그저 나 대신 가족들 신경 써주기만 바랄 뿐이다. 그것만 해도 여유가 없을 텐데 내 걱정까지 하면 생활하기 힘들 테니까.

 

지리적 위치

리비아에 대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처음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비아가 중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리비아에 대해 잘 모른다. 지도부터 살펴보자.

 

▲ 리비아의 지리적 위치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다역사적으로 복잡한 데에는 주변 인접국들의 수만 봐도 알 수 있다우리나라는 중국일본북한 세 나라와 접해 있는 데도 이렇게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리비아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리비아는 지중해 남쪽에 접하고 있다그래서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라서 날씨가 항상 좋다다만사막도 있어서 모래 바람이 상상을 초월한다지중해 바로 건너편이 이탈리아이고그리스터키스페인 등도 지중해만 건너면 갈 수 있는 나라들이다리비아와 접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주변국으로는 서쪽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튀니지알제리니제르차드수단이집트 순이다국가명들만 봐도 얼마나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을지 감이 올 것이다리비아 남쪽은 사하라 사막이 위치하고 있다.

 

▲ 리비아 전도

리비아의 수도는 트리폴리 (Tripoli)다. 원래의 수도는 지금 내가 있는 벵가지 (Benghazi)였는데 그 유명한 카다피가 정권을 잡고 수도를 옮겼다고 한다. 그 이후 벵가지는 급속히 폐허가 되어 지금도 불만이 많은 곳이다. (2023년 첨언 : 그때는 몰랐는데 아프리카의 국가들 모양이 자로 잰 듯하게 직선으로 생긴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쟁탈전을 벌일 때 정말로 한자리에 모여 자로 그어서 나눠 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리비아는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