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highlight)와 스포트라이트 (spotlight)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인터넷 신문을 읽다가 불현듯 떠오른 질문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1초만에 답을 할 수 없었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 중에 이런 용어들이 참 많습니다. 저에겐 이 두 용어가 그랬습니다. 대강 무슨 뜻인지는 알겠고 어떤 상황에 어떤 용어가 적합한지도 감으로는 알겠는데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충 느낌은 알더라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우리말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난감했습니다. 외래어들을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니 ‘외래어’라고 칭합니다. 짧게 1:1로 매칭되는 한글 단어가 없거나 하면 어쩔 수 없이 외래어 그대로 사용합니다. 게다가 영어에 친숙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외래어’를 한글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사전적 정의부터 찾아봤습니다. 영어니까 영영 사전에서 찾았습니다. 하이라이트 (highlight)는 “An area or a spot in a drawing, painting, or photograph that is strongly illuminated.”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도면, 그림, 또는 사진에서 강하게 빛을 비추는 부위 또는 지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빛을 비추다’라는 뜻의 동사 illuminate가 사용되었지만 의역하면 ‘강조하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책, 그림, 사진 등의 특정 부위를 형광펜으로 마킹하거나 해서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하이라이트라고 일컫습니다. 그럼 우리말로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정답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이해한 바대로 바꿔보면 ‘주요 부분 강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정해진 대로 외우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이럴 때 제가 이해한 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책처럼 중요한 곳을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나중에 모아 놓은 것과 같이 영화의 주요 장면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마치 영화를 ‘요약’한 것으로 단어의 의미를 곡해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반면에 스포트라이트 (spotlight)는 “a bright, directional light or lamp, especially one used to illuminate the focus or center of attention on a stage”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해 보면 “밝고 방향을 가진 빛 또는 전등, 특히 무대 위에서 주목의 중심 또는 초점을 비추기 위해 사용되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도 역시 동사 illuminate가 사용되었습니다. 하이라이트와 같이 빛으로 뭔가 비추는 것은 동일한데, 스포트라이트는 무대에서 배우나 무대 장치 한 곳을 다른 곳보다 도드라지게 조명을 비추는 것을 말합니다. 연극의 모노드라마를 떠올리시거나, 깜깜한 무대 위에 조명 하나 켜고 노래 부르는 가수를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제가 2000년대 초반 이소라의 콘서트에 혼자서 가봤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모든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 하나와 의자에 걸터앉아 노래하는 이소라의 모습과 목소리는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스포트라이트는 우리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저는 ‘집중 조명’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TV 시사프로그램의 이름도 ‘스포트라이트’가 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니 올바른 표현인 것 같습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가 점점 심화되면서 이렇게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알아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개념 하나에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그렇습니다. 지금의 저처럼 개념 하나를 오래 고민해보고, 찾아보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완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더욱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중요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깊게 아는 것보다 넓게 아는 것을 더욱 중요시 하는 사람과, 넓게 아는 것보다 깊게 아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깊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살았는데, 살고 보니 그다지 깊지는 않고 오히려 넓게 알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착각이 아니고 목표한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아마 저처럼 중간자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잘못 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치열하게 살다가 늦게 발견했을 뿐이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원래 인생은 장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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