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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6부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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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들과 정보들은 2014년 처음 리비아에 도착해서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소회를 남긴 글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몇 차례 나눠서 올리고, 마지막에 긴박했던 리비아 탈출기를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탈출 후 귀국해서 쓴 글이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유의하실 점은 모든 기록과 데이터들은 2014년에 작성 당시 기준이고 개인적인 소회이므로 일부 잘못된 정보들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투박한 글솜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그때 글을 써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의상 반말로 쓴 글이니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계속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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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

이제 먹는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우리 현장의 식당을 소개한다.

▲ 작고 아담한 식당

한국 직원들만 전용으로 이용하는 식당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밖에 나가서 장을 봐온다. 장이라고 해봐야 야채와 빵이 거의 전부지만 가끔씩 고기가 오기도 한다. 이슬람 국가라서 돼지고기는 금지다. 웬만한 것은 다 있지만 이곳에 없는 대표적인 것들은 돼지고기, 술, 두부, 콩나물 등이다. 이 네 가지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지 않다. 게다가 소고기도 우리가 아는 그런 소고기가 아니라 껌처럼 질긴 소고기다. 닭고기는 그나마 괜찮다. 4개월에 한 번씩 2주 동안 휴가를 다녀오는데 들어올 때마다 다들 고추장, 된장 등 양념들과 라면 한 박스는 기본으로 가지고 온다고 한다.

라면은 남자들에겐 없어선 안될 완전 식품이다. 리비아에도 라면이 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모두 먹지 말라며 말린다. 카레 맛이라고 하는데 도전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안 준다.

▲ 리비아 라면

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면은 먹을 만 한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스프는 그렇다 치고 면은 어떤지 물었더니 면은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한국에서 올 때 힘들게 한 박스씩 들고 다니지 말고 대형 마트에 가서 스프만 사오는 것을 건의했다. 면은 여기서 싸게 사서 스프는 버리고 가지고 온 스프로 대체하면 되니까 말이다. 내 의견은 거의 혁신 (innovation)으로 받아들여 졌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었냐며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별 것도 아니지만 여기서는 귀한 음식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은 식빵이다.

▲ 리비아 식빵

여기 이곳은 빵이 주식이다 보니 다양한 빵이 있다 중에서  식빵을 주로 애용한다아침엔 거의 식빵으로 해결한다토스트기에 넣고 구운  달걀 프라이를 해서 사이에 넣고 딸기 쨈과 함께 먹는다한국에서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았는데 꼬박꼬박 먹다 보니 살이   같다운동을 거르면 당장이라도   같다왜냐하면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 다닐 필요가 없어 출퇴근 시간이 1 미만이기 때문이다이곳 생활에서 운동은 필수다다른 직원들은 바게트부터 호밀 빵까지 다양한 빵을 즐긴다주식이다 보니 아무래도 값이 싸다 팔뚝 크기만한 바게트 빵이 10개에 5 디나르  개당 500 정도 한다식빵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흐물흐물해서  부서진다는 점이다그것만 빼면 똑같다맛은 호밀 빵이 그나마 우리 입맛에 가장  맞는다.

▲ 리비아 호밀 빵

물은 반드시 생수를 마셔야 한다원래 중동 지방은 수돗물에 석회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셨다가는 곧바로 배탈로 고생해야 한다이곳 리비아도 마찬가지로 수돗물의 수질이 좋지 않다그나마 이라크보다는 낫다고   있지만 그래도 먹지 않는 편이 좋다리비아 국민들이 생수를 먹기 시작하면서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 리비아 생수

기본 음식 재료인 마늘, 양파, 생강 등은 한국과 똑같이 생겼다.

▲ 리비아 마늘, 생강, 양파

다만 양파의 색깔이 다르다. 양파가 보라색이다. 아마 종자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양파의 맛은 내가 한국에서 익히지 않고 먹어본 양파 중 가장 매웠던 양파의 10배 정도 맵다. 무조건 익혀 먹는 편이 좋다.

사진으로 일일이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다른 음식 재료들과 과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같아서 별로 덧붙일 말은 없다. 두부나 콩나물 같은 재료가 없어서 문제가 될 뿐이지 있는 것들은 모두 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크기와 생긴 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자주 접하는 고추, 오이, 가지, 양상추, 수박, 포도, 토마토, 감자, 피망, 파, 당근, 양배추, 애호박, 콩 등 모두 마찬가지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사진을 찍어두고 볼 때마다 난 재미있어서 웃는 사진이 하나 있다.

다만 양파의 색깔이 다르다. 양파가 보라색이다. 아마 종자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양파의 맛은 내가 한국에서 익히지 않고 먹어본 양파 중 가장 매웠던 양파의 10배 정도 맵다. 무조건 익혀 먹는 편이 좋다.

사진으로 일일이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다른 음식 재료들과 과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같아서 별로 덧붙일 말은 없다. 두부나 콩나물 같은 재료가 없어서 문제가 될 뿐이지 있는 것들은 모두 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크기와 생긴 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자주 접하는 고추, 오이, 가지, 양상추, 수박, 포도, 토마토, 감자, 피망, 파, 당근, 양배추, 애호박, 콩 등 모두 마찬가지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사진을 찍어두고 볼 때마다 난 재미있어서 웃는 사진이 하나 있다.

▲ 방글라데시 주방장이 김을 굽는 모습

현장의 주방은 방글라데시 주방장을 고용해서 유지되고 있다. 이름은 자만 (Zzaman)이고 나이는 나와 동갑이다. 어떻게 해서 리비아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10년간 인테리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 실력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자만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쳐서 주방을 책임지게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난 현장에 오자마자 된장국부터 해서 한국 음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의 모습은 주방에서 김을 굽고 있는 모습이다. 방글라데시인이 쭈그리고 앉아서 김을 구우며 한국어로 구시렁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나이도 같고 해서 나와 많이 친해서 서로 의지도 하고 그랬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황당하게 어느 날 갑자기 도망을 쳤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나 황당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받아야 할 월급도 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전화 한 통 와서는 원래 3개월 정도만 하기로 하고 왔었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 직원인데 정식으로 사직서도 써야 하고 월급 정산도 해서 받아갈 것도 있는데 그냥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하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아마 한국에서 가겠다고 해도 놔주지 않는 안 좋은 일을 많이 당했던 것으로 짐작할 뿐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갑자기 하루 아침에 주방장이 사라져서 현장 직원들이 하루씩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요리와 주방 일을 책임져야 했다. 우선 네 명이 4교대로 했는데 4일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다. 집에서 취미로 쉬는 날 가족과 요리를 해먹은 적은 있지만 사실 소스나 양념 맛이지 내가 맛을 낸 것은 아니었다. 정말 진정한 요리를 해야 하니 앞이 깜깜했다. 한정된 재료들을 가지고 레시피를 찾아 요리를 하고 있다. 주방장 후임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하는 요리는 닭 가슴살 요리다.

▲ 냉동 닭 가슴살

내가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단 냉동실에 엄청난 양의 닭 가슴살이 있었다. 처치 곤란으로 다들 여기고 있어서 닭 가슴살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닭 육개장, 샐러드, 달걀 찜, 달걀 전 등 닭 가슴살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요리 후 평가가 폭발적이거나 열광적이지는 못했다. 그냥 다들 예의상 수고했다는 의미로 맛있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몇 숟가락 먹지 않고 대부분을 남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냥 단순히 된장찌개만 계속 끓여볼까 생각 중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이는 많아도 여기서는 막내인데 뭔가 기대심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시도는 해보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매일 아침에 식빵과 함께 먹는 오렌지 주스가 있다.

▲ 오렌지 주스

이곳에서는 이렇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형태로 주스를 판매한다. 기후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난 태생적으로 우유와 유제품을 먹지 못하는 lactose intolerance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일종의 질병 아닌 질병이다. 난 태어나서 우유를 먹어본 적이 없다. 냄새라도 맡으면 큰일난다. 그래서 이곳 생활에서 좀 불리하다. 수많은 종류의 우유와 치즈가 있기 때문이다.

▲ 리비아 우유

우유 역시 신선하게 먹는 것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형태로 먹는다. 요거트, 우유,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 생활이 아마 좀 수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우유와 유제품을 먹지 않으니 입맛이 까다롭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인정하는 단 한가지는 바로 음식의 대량 섭취다. 난 우유를 제외하면 가리는 것도 없고 끼니마다 두 그릇씩 먹어야 배가 찬다. 세상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요리하는 날이면 다들 맛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나에겐 웬만해서는 다 맛있기 때문이다. 가끔 나에게 간을 좀 보라고 하는데 항상 나에겐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맛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겐 의견을 잘 묻지 않는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반찬투정, 음식에 대한 잔소리 등은 해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많이만 주면 된다.

 우유와 함께 먹는 시리얼 (Cereal)도 우유만큼이나 다양하다.

▲ 리비아 시리얼

그 중에서도 사진 속의 시리얼이 인기가 가장 좋다. 우리 현장에는 영국인도 있는데 이 시리얼이 없으면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

이곳은 금주 국가지만 맥주가 있다.

▲ 리비아 무알콜 맥주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무알콜이다. Non-alcohol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의 맥주 병과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다. 술은 못 마시게 하지만 흉내는 내고 싶었던 것일까? 맛은 우리가 예상하는 바 대로 맥콜 맛이다.

여기도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수가 있다.

▲ 리비아 음료수

조금 다른 점이라면 캔을 따는 따개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모양의 따개를 여기에서 보게 되었다. 여기는 아직도 모든 캔이 저런 모양의 따개를 가지고 있다.

중국 시공사에 가끔 가볼 일이 있는데 갈 때마다 보는 신기한 광경이 있다.

▲ 중국 시공사의 밭

중국인들은 아예 밭을 가꾸고 있다. 이곳에서 제배하고 채취해서 음식을 해먹는다. 우리도 가끔 신선한 채소들을 얻어 먹기도 한다. 리비아가 척박하고 기후도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땅이 나쁘지 않아서 물을 잘 주고 잘 가꾸기만 하면 이렇게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일을 하지 않는 리비아 인들 덕분에 땅들이 그냥 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리비아는 지중해 덕분에 수산물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치안 상황이 좋을 땐 어시장도 가고 한다는데 지금은 못 가고 있다. 리비아 인들이 우리만큼 많이 먹지 않아서 그렇지 수산물이 싸고 신선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중국 시공사에서 식사 초대를 할 때가 있다. 바로 옆에서 항상 같이 일하고 생활하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초대하곤 한다.

▲ 중국 시공사 직원들과 식사

술도 없고 돼지고기도 없지만 나름 다양하게 중국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못 먹고 얘기만 좀 하다가 온다. 이유는 바로 너무 짜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짜다. 한 접시당 소금을 대여섯 스푼을 넣었다고 생각될 만큼 짜다. 반대로 이들이 우리 음식을 먹으면 싱거워서 손도 못 댈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만큼 다양하지도 못하다. 여기는 요리사가 따로 있지만 우린 지금 우리끼리 끼니만 해결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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