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이야기들과 정보들은 2014년 처음 리비아에 도착해서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소회를 남긴 글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몇 차례 나눠서 올리고, 마지막에 긴박했던 리비아 탈출기를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탈출 후 귀국해서 쓴 글이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유의하실 점은 모든 기록과 데이터들은 2014년에 작성 당시 기준이고 개인적인 소회이므로 일부 잘못된 정보들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투박한 글솜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그때 글을 써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의상 반말로 쓴 글이니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계속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리비아의 모래 바람은 위력이 실로 엄청나다. 한국에서의 황사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래 알갱이가 너무 작고 미세해서 피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가장 심할 때는 10미터 앞이 안보일 정도다. 건설 현장이라서 이때는 모든 야외 활동이 중단된다.
이 사진은 가장 심한 날 찍은 것은 아니고 그냥 보통의 모래 바람이 부는 날의 전경이다. 저녁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니다. 포토샵으로 사진에 손을 댄 것도 아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대 낮에 찍은 사진이다. 현장의 느낌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다. (2023년 첨언 : 리비아에서 경험한 사막의 모래 바람 관련 내용이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더 오래 있을 줄 알고 천천히 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빨리 탈출할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래 바람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당시 분명히 찍었는데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는 사진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데 아쉽습니다.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깜박하고 밖에 넣어둔 빨래를 치우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잦아들고 아차 싶어서 가보니 빨래들이 누렇게 된 것은 당연한데 희한한 광경을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빨래줄과 빨래집게에 모래가 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모래 알갱이가 얼마나 작은지 빨래줄 위에 눈 쌓이듯이 쌓여있고, 빨래집게 안과 밖에도 모래가 쌓여 있었습니다. 빨래를 다시 세탁기로 돌려봤지만 입자가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지워지지 않고 누렇게 색이 바랜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몇 번 빨아도 그대로 길래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습니다.)
난 이렇게 살고 있다. 오랫동안 이곳에 있을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 한국으로 복귀할지 모른다. 어쨌든 여기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잘 살아볼 생각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내 성격이자 팔자와 관련된 일이라 다짐이나 걱정을 따로 하진 않는다. 난 오늘 아침에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줄넘기 천 개를 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굳게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일 아침 막 얼굴을 내민 태양을 바라보며 난 다짐하며 외친다.
“We are getting happier.”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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