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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4부 정치 및 사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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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들과 정보들은 2014년 처음 리비아에 도착해서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소회를 남긴 글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몇 차례 나눠서 올리고, 마지막에 긴박했던 리비아 탈출기를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탈출 후 귀국해서 쓴 글이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유의하실 점은 모든 기록과 데이터들은 2014년에 작성 당시 기준이고 개인적인 소회이므로 일부 잘못된 정보들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투박한 글솜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그때 글을 써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의상 반말로 쓴 글이니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계속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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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상황

지중해에 접하고 있는 덕분에 북쪽 해안가를 따라 로마 문화가 발달하여 유적지가 많다. 치안이 좋지 않아 가볼 수는 없었지만 얘기는 참 많이 들었다. 국가적으로 문화재나 유적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고 한다. 그걸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면 떼돈을 벌 수 있는데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기름 때문이다. 모든 게 다 석유 때문이다. 미국이 그렇게 손을 대고 싶어한 이유도 그렇고, 주변 여러 나라들과의 복잡한 관계들도 모두 알고 보면 모두 석유 때문이다. 국민들이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 역시 석유 때문이다. 그래도 나라가 돌아가고 먹고 사는 이유는 석유 덕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근면한 이유는 돈 벌어서 석유를 사기 위한 것 아닐까 하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현지인과 대화하면서 들어보니 리비아 사람들은 일하길 싫어한다고 한다. 모두들 운전 기사나 수많은 민병대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힘든 일은 전혀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이곳에 수많은 방글라데시 인들이 일하고 있다. 바로 리비아 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레 일을 한다. 우리 현장에도 청소, 주방, 건설 기능공들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인들이다. 방글라데시는 인구가 1억이 넘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전 세계로 나와 이렇게 돈을 벌어 본국으로 송금한다고 한다. 게다가 기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어느 나라를 가도 3D 업종에만 종사한다고 한다.

 

리비아의 치안이 불안한 이유는 경찰과 군대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Militia라고 불리는 수천 개 이상의 민병대들 때문이다. 이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공격하고 경찰서를 공격하고 해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아예 거꾸로 치안과 질서 유지를 위해 정부가 민병대에 돈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중에 극단 이슬람 단체가 있어서 테러를 하기도 하는데, 다른 민병대에서 참다 못해 공격을 감행하여 자기들끼리 내전 수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카다피를 끌어내린 시민 혁명 이후 규모가 가장 큰 싸움이라고 한다. 이런 싸움 와중에도 경찰과 군은 보이지 않는다. 도망 다닌다고 한다. 누가 봐도 이 싸움은 단 시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리비아인들 조차도 지긋지긋해 한다. 하루에 네다섯 번씩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어도 싸울 때는 절을 안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최고의 선과 가치가 아닐 수도 있으면서 항상 말은 그렇게 하고 있으니 모순이라는 것이다.

 

벵가지 도심지

 

(2023년 첨언 : 제가 근무하던 2014년 당시 리비아는 오랜 독재와 내전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있었고 다시 내전이 발발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와는 별도로 나라 전체의 인프라가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현장을 포함해서 벵가지 지역 전체가 하루에 두세번씩 정전이 일어납니다. 일 좀 하려고 하면 정전이 되서 에어컨도 꺼지고 컴퓨터도 꺼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력망의 전압이 충분하지 못해서 계통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지만 피크 시간에 전력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전이 되지 않더라도 평균 인터넷 속도는 1KB/s 였습니다. 20여년 전에 모뎀도 그 정도는 했던 것 같은데 벵가지는 아직도 그 정도 속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트리폴리 지역이나 호텔 같은 시설에서는 상황이 훨씬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사막 한 가운데 있던 현장이어서 그랬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와중에 저는 무한도전 한 편을 3일에 걸쳐 한 편 다운로드 받아 보곤 했습니다. 저 때문에 컴퓨터가 항상 켜진 상태로 다운로드를 받으니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인터넷이 느려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힘든데 무한도전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받은 무한도전을 아침 저녁으로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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