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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11부 리비아 탈출기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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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 당시 신문기사에서 발췌

 

연락이 끊긴 대한민국 대사관과 영사관과는 달리 중국 정부와 대사관은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여러가지 대안이 제시되었고 벵가지 공항 외에 모든 주변 공항들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공항 하나만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다면 중국 정부가 그 공항으로 747 비행기 3대를 보내주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고 다행이었습니다. 들뜬 마음에 우리들은 저녁에 비상식량을 끌어 모아 조촐하게 파티까지 즐겼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국은 관광객이라도 비자를 받아야 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공사 직원들도 국적이 다양해서 자국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가서 긴급 목적의 비자 비슷한 것만 있어도 된다고 중국 측에서 얘기했는데 우리나라 영사관만 유독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정말 저희들은 낮이고 밤이고 폭탄 떨어지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으며 별 생각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벙커를 파서 숨는 것은 어떤지, 넓은 건설 현장 한 곳에 숨는 것은 어떤지, 비상 식량은 어떻게 더 확보할지, 트리폴리로 가는 육로 중 최단 거리는 어디인지, 아예 오른쪽의 이집트 국경을 넘는 것은 어떤지, 남쪽의 사하라 사막 어딘가에 숨을 곳은 없는지 등 짧은 시간에 별의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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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공사 측에서 가까스로 탈출을 위한 공항을 찾는데 성공했고 탈출 D-Day를 잡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2~3일밖에 없었습니다. 어딘가 숨던, 탈출을 하던 짐은 싸야 하므로 정신 없이 현장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던 중, 중국 측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한국 직원들이 딱해 보였는지, 우리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시공사를 위해 일하던 직원들 중 외국인들만 모아서 리비아 왼쪽에 인접한 튀니지로 보내줄 비행기 한 대를 더 편성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한국 직원들도 거기 타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본사에 급히 보고했고, 본사는 튀니지로부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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