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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12부 리비아 탈출기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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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 당시 신문기사에서 발췌

 

이제 모든 게 정리되고 탈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탈출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찾은 공항이 남쪽 사하라 사막 방향으로 약 300~400 Km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무조건 한밤중에 이동하기로 했고 3일에 걸쳐서 버스 7대와 리비아 현지인들의 차량 지원으로 SUV 3대 정도까지 3번 왕복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에 350명씩 실어 날랐고 중국 측에서는 비행기를 리비아 인접 국가에 세워두고 순차적으로 한대씩 시간에 맞춰 보냈습니다. 우리는 맨 마지막 날에 떠나기로 해서 이틀 동안 밤마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무사하게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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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번째 날 밤 12시가 다 되어 짐을 싣고는 6개월뿐이었지만 정든 현장 캠프를 떠났습니다. 가족에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평화로운 현장에서 일 잘하고 있다고만 했었고 탈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만 있는 광활한 평야인지 사막인지 모를 평지를 헤드라이트 하나만 의지한 채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중간중간 민가 같은 곳도 지나가고, 아주 멀리 손톱만한 불빛도 보이기도 했었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보안의 이유로 공항의 위치를 얘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구글 어스를 보며 찾아보려고 해도 어디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계속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서서 들고 온 기름으로 주유도 해가며 달렸습니다. 어두워서 속도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도로의 사정이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에 시속 100 Km는 내기 힘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달리는 내내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어디에선가 총알이나 포탄이 날아들지 않을까 걱정뿐이었습니다.

 

약 5시간 정도를 달리고 나서 어느 한적한 곳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말이 공항이지 우리나라 어느 지방의 작은 버스터미널 같은 곳이었습니다. 3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수속을 밟으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공항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항은 우리 외에도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동이 트기 전에 우리는 도착했지만 비행기는 저녁이 되어서야 탈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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