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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리비아에서 낯선 삶에 적응하기 10부 리비아 탈출기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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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 당시 신문기사에서 발췌

 

5월 중순이 되자 내전이 격화되었습니다. 멀리서 총과 포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소리가 커졌고 현장 인근까지 접근한 것인지 포탄 이 떨어지면 땅이 울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티라노사우르스가 등장하기 직전 물컵에 담긴 물이 진동으로 파장이 생기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쿵! 하고 소리가 나고 생수병 안에서 물이 진동으로 파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전쟁도 잠을 자며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사관과 영사관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참 자고 있는데 밖에서 불꽃놀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누워서 이것들이 전쟁하다 말고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밤에는 항상 조용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이 깨서 밖으로 나가보니 불꽃놀이가 아니라 치열하게 교전 중이었습니다. 그것도 현장 캠프 근처여서 멀찌감치서 화염이 그대로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현지 언론에서 양측이 벵가지 공항에서 교전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벵가지 공항이 교전으로 파괴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긴급 상황 발생시 탈출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결국 터질 것이 터져버렸습니다. 괴한이 현장 캠프에 난입해서 중국 시공사 직원 한 명을 총으로 쏴 사망한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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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 긴급 보고했고 즉각 철수 명령이 떨어졌지만 벵가지 공항의 폐쇄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사관과 영사관에 연락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없는 것인지 통신이 끊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우리지만 중국 시공사는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탈출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도리상 중국 시공사 직원들 모두 탈출시키고 맨 마지막에 떠날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어떤 경로로 탈출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최후의 수단은 차를 몰고 트리폴리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습니다. 트리폴리와 벵가지는 직선 거리로 650 Km 떨어져 있지만 해안선으로 구부러져 있어서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아래로 둘러가야 하므로 대략 거리는 1,000 Km가 넘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나 반군을 만나지 않고 1,000 Km를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정말 죽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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