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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나만의 교육 철학, 두 번째 이야기 (처남댁에게 쓰는 편지)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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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교육 철학, 두 번째 이야기 (처남댁에게 쓰는 편지) 3부

 

저에게는 아내의 남동생, 그러니까 처남이 있습니다. 해양 경찰로 재직 중이고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처갓집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필 사는 곳이 전국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순천에서 살고 있어서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양가 집안의 할머니들과 처남댁의 주도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제 아내는 또 비교하기 시작했고, 뒤쳐지면 큰일난다는 공포 마케팅에 사로잡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미 프로그래밍되고 세뇌된 로봇처럼 움직이는 집안의 여성들을 설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텨보겠지만, 사교육 시장에 돈을 못써서 안달이 난 여성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처남댁에게 해주고 싶지만 영원히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얘기를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저만의 교육 철학을 담아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로 써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난 시간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처남댁! 아이들이 고모부인 저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저는 가끔 보는 사람이고 누구처럼 얼굴보고 통화할 때마다 공부하라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잠깐 아이들과 대화해보니 이미 공부에 지칠 대로 지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처남댁은 계속 통제만 하려고 드니 아이들에게 저는 잠깐 동안의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과 저만의 단톡방을 하나 만들었고, 저희 집에서 관심을 보였던 링피트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가끔씩 확인하고 좋은 말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링피트로 운동을 한다고 하니 저희 집에서 해보더니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습니다. 처남댁이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사준 것 같은데, 역시 또 강요하고 통제만 하려고 들까봐 제가 몰래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남댁의 아이들에게 운동하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가 일주일 동안 운동한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둡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레벨 오르는 것과 상위 스테이지로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매일, 꾸준히, 정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 아이들은 너무나 잘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빠서 못했다고 핑계가 많았지만, 제가 혼내거나 하지 않을 테니 하루 이틀 못했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하는 동안만이라도 즐겁게, 조금씩, 천천히, 매일 하라고만 했습니다.

 

제가 처남댁의 아이들에게 왜 그러는 것 같으세요? 그 단톡방의 이름은 ‘공부가 곧 운동이고, 운동이 곧 공부다’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만약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공부는 결국 자신이 찾아서 하는 것이고, 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는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조금씩, 천천히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공부는 운동과 속성이 같습니다. 이런 습관에 익숙해지고 몸에 익으면 그 다음부터 공부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무작정 학원으로 빙빙 돌린다고 공부가 갑자기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삶의 자세와 습관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한달쯤 되었지만 아주 훌륭하게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떠냐고 먼저 묻지 않아도 먼저 저에게 자랑하듯 보냅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을 저에게 질문하고, 저는 최대한 친절하게 답을 해줍니다. 제 딸아이 처럼 최소한의 통제 범위만 알려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처남댁은 그게 잘 안 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남댁의 교육 방식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저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저는 아이들을 무조건 믿기 때문입니다. 처남댁처럼 아이들을 믿으니까 통제한다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이 아니라, 아이들을 무조건 믿으니까 혼자 알아서 하게 두고, 주변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질문하면 최선을 다해서 답을 해줍니다. 저는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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