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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나만의 교육 철학, 두 번째 이야기 (처남댁에게 쓰는 편지)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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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교육 철학, 두 번째 이야기 (처남댁에게 쓰는 편지) 1부

 

저에게는 아내의 남동생, 그러니까 처남이 있습니다. 해양 경찰로 재직 중이고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처갓집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필 사는 곳이 전국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순천에서 살고 있어서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양가 집안의 할머니들과 처남댁의 주도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제 아내는 또 비교하기 시작했고, 뒤쳐지면 큰일난다는 공포 마케팅에 사로잡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미 프로그래밍되고 세뇌된 로봇처럼 움직이는 집안의 여성들을 설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텨보겠지만, 사교육 시장에 돈을 못써서 안달이 난 여성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처남댁에게 해주고 싶지만 영원히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얘기를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저만의 교육 철학을 담아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로 써보겠습니다.

 

처남댁! 맞벌이에, 당직과 출동이 많은 남편과 아들 둘과 함께 전쟁 같은 나날을 사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얼마 전 다같이 서울 나들이 오셨을 때 다들 피곤했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자주 놀러 오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처남댁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입니다. 제가 뭐라도 된 것 마냥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 아이 교육이겠지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남이었으면 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은 것은 처남댁이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아는 상태가 아니라서 상황 판단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너무 정곡을 찔러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실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다 내려놓고 솔직히 말씀 드릴 테니 처남댁도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남댁! 지금 하고 계신 여러 가지 사교육을 당장 그만 두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행복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시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옆집 아이들이 학원 2개 보내면 나는 최소한 하나 정도는 보내야 하는 마음도 있으실 테고, 양가 할머니들의 등쌀에 못이겨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처남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독박 육아를 하시다 보니 아이들 공부를 부모가 도와줄 수 없어서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도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벌써 학원을 대여섯개씩 보내는 것에 저는 반대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이들은 이미 지쳐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이니 체력이 좋아 보여서 지친 줄 모르시겠지만, 아이들은 이미 공부에 지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번아웃 (Burn-out)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이미 겪고 있습니다. 조기 교육의 폐해가 바로 번아웃입니다. 공부에 치여 살다가 한 번 지쳐버리면 공부는 그것으로 끝입니다. 다시 극복하는 데에 몇 년씩 걸리니 처남댁과 양가 할머니들이 바라는 서울대는 꿈도 못 꿉니다. 그러니까 지금 방식으로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리가 없고, 성공의 정의와 개념 정립부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니 처남댁은 아이들에게 ‘공부’, ‘하지마’, ‘안돼’가 대화의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교육을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조차 저는 의문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하시는 교육 방식은 실패할 것이고, 실패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남댁의 아이들이 지금의 학원 지옥을 뚫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높은 연봉을 받아서 제 딸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저는 괜찮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제 교육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제 딸아이는 아주 즐겁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가족들과 공유한 추억이 많고, 생각과 가치관이 건강하며, 창의력이 넘쳐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까짓 돈 좀 부족해도 되고, 남들을 죽기살기로 이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자신이 왜 인류에 기여해야 하는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와 철학을 가지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해야 하고, 고민도 많이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것들은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가 어른으로서 우선 모범을 보이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평소에 아이들과 대화를 하루에 10분 이상 못한다면 자신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저는 아이와 하루에도 한 시간 넘게 대화합니다. 저와 딸아이는 공유하고 싶은 것들도 많고, 각자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대화를 합니다. 이제부터 대화하자고 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껏 꿈꿔도 되는 현재의 나이를 최대한 존중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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