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내의 남동생, 그러니까 처남이 있습니다. 해양 경찰로 재직 중이고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처갓집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필 사는 곳이 전국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순천에서 살고 있어서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양가 집안의 할머니들과 처남댁의 주도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제 아내는 또 비교하기 시작했고, 뒤쳐지면 큰일난다는 공포 마케팅에 사로잡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미 프로그래밍되고 세뇌된 로봇처럼 움직이는 집안의 여성들을 설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텨보겠지만, 사교육 시장에 돈을 못써서 안달이 난 여성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처남댁에게 해주고 싶지만 영원히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얘기를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저만의 교육 철학을 담아 전하는 편지 형식의 글로 써보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지난 시간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처남댁! 마음 아프겠지만 좀 더 솔직한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양가 할머니들과 처남댁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공부해보신 적이 없으십니다.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일인지 정확히 잘 모르신다는 의미입니다. 처남댁은 어머님께서 학원을 지금처럼 보내지 않아서 공부를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의 할머니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공부를 못한 것이 한이 맺혔다고들 하시는데 정말 그럴까요? 그럼 지금은 왜 공부 안 하시죠? 공부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니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공부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은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변명으로 하는 소리입니다. 본인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았는데 왜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강요하죠?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는데 어른들은 너무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양가 할머니들의 교육 방식은 이미 처남댁과 처남, 처제 등을 보면 이미 실패한 교육 방식인 것이 밝혀졌는데도 아직도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계신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둘째, 부모는 활이고 아이는 화살이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말의 의미를 곡해해서 돈 벌어서 학원비를 대주는 것을 뒷바라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학원을 보내달라고 할 때, 보내는 것이 맞는지, 아이가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학원인지, 어디가 좀 더 아이가 바라는 것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는 곳인지 알아보고 보내는 역할이 활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활이 화살보다 먼저 나가서 화살을 반대로 당기고 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는 계신지 의문입니다. 모르니까 학원을 보낸하고 생각하시겠죠. 그것은 활의 역할이 아닙니다. 활을 당기는 사람의 역할도 아이들이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사람이 활을 당겨 화살을 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아이들은 활을 당기는 역할과 화살의 역할을 하고 부모는 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디로 쏠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힘으로 쏠지는 아이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처남댁의 교육 방식은 사람은 쏘려고 하지 않는데 활이 자꾸만 화살을 쏘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이들이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하냐고요? 당연히 모르니 시행착오를 겪겠죠. 그게 교육 아닌가요? 시행착오를 겪고 극복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 저는 그것을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셋째, 관리와 통제를 동의어로 착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무조건 통제만 하는 것을 관리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일일이 통제하고 강요만 하다 보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첫째 아이가 자꾸만 살 찌는게 걱정이라고 하셨죠? 살이 왜 찔까요? 왜 아이가 점점 살이 찌는지 진지하게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아이 탓으로 돌리고 자꾸만 못 먹게 통제하시니 아이는 점점 부모와 대화하기 싫어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니 뛰어놀 수 있는 기회도 없어서 운동은 안 하고 스트레스 해소로 먹는 양이 늘기 때문에 살이 찌는 매커니즘인 것을 저는 딱봐도 알겠던데 처남댁 눈에는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단순히 ‘살이 찐다’는 현상에만 집중해서 원인을 아이의 식욕으로 돌리면 본인의 마음이야 편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교육에서 관리라는 개념은 통제, 방치, 훈육, 부모의 모범, 리스크 관리 등의 종합적인 개념입니다. 통제는 관리의 한 수단일 뿐이고 다른 수단들과 함께 병행할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무조건 통제만 하는 것은 관리가 아닙니다. 통제라는 수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못 믿기 때문입니다. 무한의 자유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통제하는 것이고, 일단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것만 같아서 믿지 못하는 불신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통제가 심해지면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지금 처남댁의 아이들이 딱 그런 상태입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엄마가 짜 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고, 엄마가 주는 대로만 먹어야 하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해야 됩니다. 그것을 관리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넷째, 꿈이 직업이면 안 됩니다. 할머니들과 처남댁은 항상 서울대 나와서 공무원, 의사, 변호사가 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꿈은 직업이 아니어야 합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무원, 의사, 변호사라고 답하도록 가르칠 수가 있나요? 할머니들과 처남댁은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서울대 가지 않아도, 공무원, 의사, 변호사가 아니어도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지 않나요? 서울대 못가고, 공무원, 의사, 변호사가 아닌 사람들은 불행하고 패배자, 낙오자, 실패자로 살아야 하나요? 아이들의 꿈은 과학자가 되어 인류가 풀지 못한 양자역학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다거나, 의사가 되어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겠다거나, 선생님이 되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거나 해야 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자발적으로 찾아보게 하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직업이 되면, 나중에 꿈을 이루면 인생이 끝나나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할머니들과 처남댁은 잘 모르잖아요. 그리고 말끝마다 ‘공부 잘해라’라고 하는데, 공부를 잘하는 것은 결과이고 현상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 자체가 목표거나 행위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는지 본인들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잘 모르면서 아이들에게 ‘공부 잘해라’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그럼 공부 못하면 혼나거나 사람도 아니겠구나’라는 인식만 심어줄 뿐입니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부 안 했던 사람들이 왜 자꾸만 공부하라고 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게 될 겁니다. 공부 안 해도 나중에 매일 드라마나 보면서 놀아도 되는데 굳이 내가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게 됩니다. 그게 갈등의 시작이고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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