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2014년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정말이지 읽는 순간부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까지 힘든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데에만 꼬박 한 달 정도가 걸렸다. 그 동안 리비아로 오기 위해 준비하고 와서 적응하면서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에게 닥친 큰 변화뿐만 아니라 이 책과 동시에 다른 책을 읽는 덕분에 더더욱 힘들었다. 그 책도 조만간 다 읽게 될 것이다. 퇴근하고 숙소로 돌아와 책을 펼쳐놓고 나 자신과 싸워야 했다. 리비아의 상황도 상황이고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나에겐 좀 어려웠다. 그래서 더욱 오래 걸렸다. 400 페이지 정도의 두께로 두껍기도 두꺼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 책이 나중에 두고두고 개인적으로 참고 서적이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정독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밑줄을 긋고 이곳에 모조리 저장해 두기 위해 입력하는 데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것도 역시 나중에 복사하여 인용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나는 확신을 가지고 책을 읽었고 많은 부분을 배웠다. 내가 찾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도 많이 얻었다. 몇 년 전부터 건설 산업 전반에 BIM이라는 화두가 던져졌고 현재 실제로 곳곳에서 실무에 적용되고 있지만 어찌 나와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BIM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인들 중에 BIM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건축업계나 BIM 업계 사람들을 만나 얘기해 보면 당장이라도 뭔가 행동에 옮겨야 하고 뒤쳐져서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토목 업계 사람들만 만나면 BIM이 뭐냐고 묻는 사람부터 BIM을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온도차가 큰 것일까? 내가 몸담고 있는 건설사업관리 (CM) 분야에서 바라보는 BIM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BIM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BIM이 뭘까?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이전에 읽었던 포스코 건설의 BIM in Practice라는 책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리비아에 오기 전 본사에서 대기하면서 이 책을 펴놓고 읽고 있었을 때, 어떤 분이 와서 웃으며 내게 말했다. “토목이 BIM 해서 뭐하게요. BIM이 뭔지는 알아요?” 최근 들었던 질문 중에 가장 황당한 질문이었다. 이분에게 내가 AutoCAD 책을 펴냈다거나 BIM 업계에서 나를 많이 찾고 있다는 얘기를 내 입으로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입사 후 회장님과 면담 자리에서 회장님께서 ‘겸손하라’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라 좀 억울해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에는 나도 웃으며 잘 모르겠다고 넘어가야 했다. BIM 업계 핵심 인물들 중에 친구가 한 명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 일하는 강태욱 박사다. 가끔 소주 잔을 기울이며 BIM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듣고 많은 의견을 나누는 편인데, 몇 년 전 내가 문자 메시지로 BIM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냥 갑자기 BIM에 대해 공부하던 중 나도 그렇게 정의한 것을 본 적이 없었고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1분만에 답장이 왔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설계 단계에서 발주처가 추후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미리 입력해 두는 3D 기반의 데이터 베이스” 지금까지 내가 본 정의 중에 아마 이 문장이 가장 짧고, 간결하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안에 BIM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 담고 있다.
CM은 BIM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접 BIM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직접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 본문 내용 중에도 나오지만 Jacobs, Parsons Brinkerhoff, CH2MHILL과 같은 세계 유수의 회사들을 찾는 수요가 BIM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본사 근무 중에 내 피부에 와 닿는 일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면 우리 회사의 BIM 준비가 염려된다. BIM이 어렵고 힘든 것은 지금 현재 치고 나가기도 어렵지만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뒤쳐지면 그야말로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BIM은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바라보고 기대하는 점들이 각각 다르다. CM은 이 모두를 아우르고,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는 위에서 나열한 회사들과 더불어 우리 회사와 같은 CM 회사가 CM, 설계, 시공까지 모두를 All in One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각광받고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이런 준비에 대해 검토하거나 실행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볼 작정이다.
현실적으로 설계자는 BIM을 슬픈 업계 현실을 타파해줄 구세주로 바라보고 있다. BIM의 도입이라는 화두가 던져지자 업계의 문제점들을 그 안에 포함시켜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기대하고 있다. 살인적인 야근이 바로 그것이다. 제발 야근 좀 줄이자는 업계의 요구를 과연 BIM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슬프게도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야근 관행은 한국의 낡은 인식 때문이지 제도 탓이 아니다. BIM은 오히려 구조조정을 가속화하여 인력을 감축하고 남은 인력이 매일 야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황은 똑같은데 일자리가 많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공자가 바라보는 BIM은 어떨까? 여기서는 구세주가 아니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인식한다. 우리나라의 건설업체들은 대규모 국책 사업들에서 담합을 저지르는 것을 관행처럼 행하고 있다. 처벌도 솜방망이고 지속적으로 담합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BIM이 도입되면 이게 가능할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 BIM에 의해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잡히기는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BIM은 데이터베이스로 구조물의 생애주기 동안 보관되고 관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문서들이 보관되지만 이보다 더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어쩌면 BIM을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으로 내심 기대했던 나로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BIM과 건설관리의 목표는 다음 두 가지이다.
- 팀원들이 일상적인 일을 합리화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통하여 프로젝트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예와 함께 설계와 건설 커뮤니티는 정보 관리를 위하여 사용하고 있는 도구와 자원을 보여주기 위한 것
- BIM 기술이 성장하고 개발됨으로써 건설 전문가들이 확장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
그렇다면 BIM이란 무엇인가? 찰스 이스트만 교수의 저술 건물 성과 모델 : 설계와 시공을 지원하는 컴퓨터 환경에서 “BIM은 디지털 형식으로 정보의 교환과 상호 이용을 용이하게 하는 건설 과정에 대한 디지털 묘사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조직에서 성공적인 BIM 실행을 위한 핵심 10단계
- BIM 관리자를 지정하라
- BIM 소프트웨어의 사용과 실행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계산하라
- 통합계획을 개발하라
-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 관리자를 지속적으로 훈련하라
- 부서를 만들어 관리자를 지원하라
- 유연성을 유지하며 계획을 고수하라
- 자료를 만들어라
- 실행을 분석하라
-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제시하고 업계 동향을 모니터하라
핵심 10단계 요약본
- BIM이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사람이 그것을 작동하게 만든다
- BIM은 일종의 투자이다
- BIM이 경쟁력이 있도록 해주는 것은 아니다-BIM은 여전히 개발 중이다.
- 작게 시작하라
- 자신을 단련하라
- BIM 팀의 훈련은 작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시작하라
- 자기 자신을 다양화하라
-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을 수립하라
- 멈춰서 당신이 한 일을 보아라
- 밖에 있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대회, 세미나 그리고 기술 엑스포에 참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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