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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특집] 2022년 엘지 트윈스 (LG Twins), 지금부터가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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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MBC 청룡의 어린이 회원으로 시작해서 40년째 엘지 트윈스의 팬으로 살고 있습니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을 보살 팬이라고 하는데 엘지 트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한화 이글스는 1999년에 우승하기라도 했지, 엘지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은 1994년입니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의 1992년 마지막 우승보다는 상황이 약간 낫기는 합니다만 50보 백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제 딸아이를 1학년 때부터 야구장에 데리고 다니며 엘린이로 키워냈습니다.

 

프로야구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제가 정리해 놓은 글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KBO리그 한국시리즈 역대 우승팀 및 MVP, 모든 프로야구 구단 로고 모음

1982년 국민학교 2학년 때, 프로야구 원년도 MBC 청룡의 어린이 회원이라는 죄(?)로 40년째 LG 트윈스의 팬으로 살고 있습니다. 1990년과 1994년 2번 우승을 끝으로 28년째 우승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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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세월 동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고… 프로야구를 보면서 온갖 감정을 느끼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돈도 많이 썼습니다. 티셔츠, 유광점퍼, 모자도 많이 샀고 야구장도 많이 갔습니다.

 

야구 중계를 풀타임으로 보지 못하더라도 중간중간 점수 확인 정도는 매일 하고 있습니다. 언제인가는 제가 TV로 중계를 보면 꼭 지길래 1년을 통째로 안 본 적도 있습니다. 다음날 결과만 확인하고요. 그랬는데도 가을야구도 못 가더군요.

 

오랜 세월을 겪으며 엘지 트윈스는 굿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 팬으로서 굿 말고는 다 해본 것 같습니다. 미신도 믿어 보고, 징크스도 만들어 가며 응원했습니다. 분석도 여러 가지로 다 해봤습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엔지니어다 보니 1990년대 초에는 선수들의 매일매일 타율의 변화를 계산해서 외우고 투수들의 방어율도 외우고 다녔습니다. 선수들의 성향, 투구폼, 구종, 구속, 구질, 제구력, 타격폼, 주력, 수비력 등 모든 것들 것 파악하며 살았었습니다.

 

선수 구성이 타 팀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적도 없었고,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구단의 투자가 적었나요? 그런 적도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40억원 FA로 홍현우, 진필중, 박명환을 데려와서 완전히 망했었죠. 게다가 현대에서 4번 우승하고 엘지 트윈스로 왔던 김재박 감독도 실패했고, 성적 부진으로 엘지 트윈스에서 자신 사퇴했던 김기태 감독은 기아에 가서 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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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탈쥐효과’는 과학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쓴웃음만 나옵니다. 사실 엘지 트윈스 구단과 팬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박병호와 정의윤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10년간 엘지 트윈스에서 기회도 많이 부여 했었고 자신들이 그 기회를 못 잡았습니다. 포지션 경쟁에서 계속 밀리면서 2군을 수시로 내려갔습니다. 급기야 타팀으로 보내기 직전 저는 TV 중계를 보면서 결심을 굳혔습니다. 팬으로서 박병호와 정의윤은 더 이상 응원하면 안 되겠구나. 얼른 내보내는 것이 낫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둘 다 각각 다른 게임에서 무사 만루라는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는데 한가운데 직구에 헛스윙 세번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변화구나 유인구도 아니고, 150Km도 안되는 한가운데 직구에 타이밍뿐만 아니라 방망이를 못 맞추는 모습에서 10년간 기회를 줘도 이 정도라면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박병호는 넥센에 가자마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되어 버렸고, 정의윤은 SK로 가자마자 10년 동안 친 홈런을 한 시즌에 치더군요. 엘지 트윈스 팬으로서는 억울하지만, 선수 입장을 고려해보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엘지 트읜스에 남았다면 그냥 그런 선수로 잊혀지고 은퇴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야구에 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은 엘지 트윈스의 팬으로서 오늘은 올해 엘지 트윈스의 위기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사실 팀 성적의 위기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팬으로서의 위기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수치를 근거로 좀 더 객관적으로 말씀 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최대한 숫자 놀음보다 팬심으로 걱정과 우려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올해 엘지 트윈스는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히며 전력 면에서 어느 때보다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선수의 뎁스 (Depth)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우려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용병 투수인 플럿코와 용병 타자인 루이즈의 불확실성과 국내 선발진의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느껴지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플럿코는 계속 불안하다가 최근 완봉승 직전까지 가는 등 어느 정도 우려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루이즈는 이미 퇴출되었고, 국내 선발진은 거의 폭망 수준입니다. 국내 선발이 5이닝을 버텨준 경기가 몇 경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리그 최강 불펜은 과부하가 오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최근 불펜의 과부하로 경기 후반에 역전을 당하는 경기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용, 김진성, 진해수, 최동환, 최성훈 등이 불펜에서 1이닝씩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롱릴리프 보직까지 강제로 떠맡게 되니 기계도 아니고 사람인지라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정용은 아예 구속 저하에 회전수 감소까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팬으로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이제부터 입니다. 바로 외야 자원 얘기입니다. 엘지 트윈스의 주전 외야는 현재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홍창기 입니다. 작년까지 우익수였던 채은성이 몸상태로 인해 1루수로 전환했다고는 하나, 누가 봐도 박해민을 위한 배려였다고 봅니다. 이천웅이나 이형종이 채은성만큼 했다면 아마 그 둘 중 하나가 1루수 수비 연습을 겨울에 했을 것입니다.

 

주전 외야수 3명은 리그 최강 수준입니다. 김현수는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의 S급 선수고, 박해민은 주력과 수비가 리그 최고 수준이며, 홍창기는 작년 외야수 골든 글러브와 출루왕 타이틀을 가진 최고 수준의 선수입니다. 물론 올해는 조금 부침을 겪고 있지만 꾸준히 주전으로서 손색이 없고 팀 내에서 타율과 출루율 1위입니다.

 

이렇다 보니 엘지 트윈스의 외야수는 극한직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리그 최강 수준의 실력이 아니면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뎁스가 강하면 팀의 전력이 두터워지고 좋긴 한데, 대신 팬과 선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주전 3명을 제외한 외야수는 누가 있나요. 이천웅, 이형종, 이재원, 문성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있습니다. 한석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퓨처스리그를 타격으로 거의 씹어 먹고 있는 중입니다. 타팀으로 가면 탈쥐효과 소리를 들으며 곧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외야수가 5명이나 되는데 제대로 기용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이 보면 배부른 소리, 행복한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런 적이 없으니 너무나 행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엘지 트윈스의 팬이라면 이천웅과 이형종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이 선수들이 핀 스트라이프 말고 다른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주전 3명과 비주전 5명, 총 8명이 모두 동시에 선수 입장에서는 엘지 트윈스에서 게임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꾸준히 기회를 받아야 뭘 보여주던지 할 텐데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비주전 5명 중 한 명은 지명타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천하의 김현수도 수비를 겸할 때가 지명타자만 할 때보다 타율이 높은 것이 야구입니다. 흐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발투수의 붕괴와 외야수 자원의 과잉이라는 현실은 언젠가 서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입니다. 바로 트레이드죠. 어쩔 수가 없습니다. 선수들의 커리어를 이렇게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승을 목표로 윈나우를 선언한 마당에 트레이드 가능성은 더욱 빨리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올해는 외야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 내야수는 어떨까요? 김민성과 서건창이 벌써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버렸고, 외국인 용병 타자도 3루수로 데려 올 것 같으니 결국 송찬의, 이영빈, 손호영, 이상호, 서건창 중 딱 한 명만 2루수가 되고, 김민성, 문보경은 외국인 3루수의 백업만 하게 될 것입니다.

 

프로라면 경쟁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실력들을 갖춘 외야수와 내야수 자원이 넘치는데 선발 자원은 없으니, 결국 다른 팀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  3의 박병호를 우리는 앞으로도 아프게 지켜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저는 감히 바라건대, 이재원을 빨리 1루수 수비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성주와 이천웅에게 지명타자든 뭐든 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채은성의 타격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반드시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 차명석 단장과 류지현 감독에게 믿고 맡기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라면 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누가 엘지 트윈스에게 선발 투수를 내어 줄까요? 어떤 팀이건 선발이 넘쳐나는 팀은 없습니다. 선발이 가장 막강한 SSG와 KT가 외야수가 없다고 선발 투수를 엘지 트윈스에게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무더운 여름이 다가옵니다. 앞으로는 모든 팀들이 불펜의 과부하가 얼마나 덜 걸리느냐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는 오히려 선발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으로 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행보를 보면 이미 과부하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불펜 과부하는 모두 선발진의 붕괴에서 시작됩니다. 엘지 트윈스와 더불어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기아 타이거즈의 선발진 붕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잠시 버틸 지는 몰라도 더운 여름이 오면 곳곳에서 불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매년 그랬으니까요.

 

결국 선발이 막강한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2강을 구축할 것으로 보이고 지금처럼 근거리에서 엘지 트윈스가 추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KT 위즈는 좀 더 치고 올라올 것 같습니다. 그저 사견일 뿐이지만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차우찬은 이제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인지 아예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엘지 트윈스가 올해 우승하기 위해서는 차우찬 급으로 2명을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1년에 10승 정도는 해주는 차우찬 급을 내어줄 팀도 없겠지만, 우리도 미래 자원인 이재원, 송찬의, 문보경, 문성주, 손호영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천웅과 이형종은 팬들이 도저히 놔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수 생명을 담보로 잡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팀 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원하는 곳으로 언젠가는 보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선수가 없어도 걱정이지만, 많아도 이렇게 걱정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선발 붕괴라는 리스크는 이미 알고 있었고 대비가 가능했던 리스크였으니 대응 방안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현대 사회는 야구든, 기업이든, 장사든 모두 리스크 관리가 핵심입니다. 선발 보강을 어떻게 해 나갈지 팬들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손주영은 이미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으니, 현재 함덕주, 임찬규, 이민호, 김윤식, 임준형 밖에 없는데 퀄리티 스타트가 가능하고 믿을만한 선발 자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기복이 심해서 잘했다 못했다 들쭉날쭉하고 제구도 엉망이고 구속도 별로 입니다. 그나마 임준형이 좋은 것 같은데 아직 선발 수업을 좀 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구종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엘지 트윈스를 응원하시는 팬 여러분! 우리 모두 좀 더 힘냅시다.

 

우리야 뭐 있나요. 열심히 응원하는 수밖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 본 글은 엘지 트윈스의 오랜 팬으로서 애정과 관심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사견이므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말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야구를 오래 봤고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엘지 트윈스 로고 (조금 오래 됐지만 가장 좋아하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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