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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50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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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촌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였더군요. 드디어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정말 제가 합격한 것처럼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계속 떨어졌다는 얘기만 들어왔었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녀석의 아버지이자 저에겐 이모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직장도 변변치 않았던 녀석이 갑자기 세무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이후로는 10년 정도 계속 떨어졌다는 얘기만 들려왔고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그래도 이모부가 돈을 많이 벌어놨는지 직장을 다니다 말다 하면서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일하고 있는 곳과 같은 대기업의 다른 계열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주 한 잔 했었는데 그때 세무사 시험을 또 치렀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시험에 합격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녀석은 40대 초반이 되어서야 인생이 술술 풀리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에 세무사라면 평생 할 일 없어 고민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 동안 잘 참고, 잘 견뎌내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조만간 또 소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40대 초반이라고 인생 끝난 것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제 사촌동생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30대를 통째로 시험 준비 하다가 끝난 것 같지만 결국 합격하고 보니 앞으로 이 녀석이 40대와 50대는 얼마나 화려하게 보낼지 궁금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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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 이직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남들은 대기업에 다니며 자격증이 4개인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겠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대기업은 엔지니어가 60대까지 일하기에 좋은 직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를 내려 놓으면 되는데 그게 가장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저의 정체성을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애초부터 아부나 사내 정치 등에는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돈을 좀 적게 받아도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직을 하는 것이 맞는지, 그깟 엔지니어 그게 뭐라고 다 내려놓고 임금 피크제까지 어떻게든 버텨 보든지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사촌동생의 소식에 더욱 기뻤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대신 해주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10대는 20대를 준비하고, 20대는 30대를 준비하고, 30대는 40대를 준비하고, 40대는 50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하는 이유는 20대에 대학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고, 20대의 취업 준비는 30대에 직장 내에서 성공하기 위함이고, 30대에 커리어를 쌓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공부하는 것은 40대를 위함이고, 40대에 매니저나 관리자로서 커리어를 쌓고 인맥을 관리하는 것은 모두 50대를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50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요즘 제가 40대에 준비했던 것들이 50대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뭘 잘못한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등등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잘하고 있는데 못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저는 일단 고민은 계속하되,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제가 잘하는 것은 열심히, 성실하게, 꾸준히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불쑥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뭔가를 하면서 동시에 고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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