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찍 일어납니다. 저도 대학시절에는 밤새 공부하거나 술 먹고 다음날 하루종일 자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영화 보거나, 책을 읽거나, 바둑을 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누가 깨우지 않으면 하루종일도 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도 야근이 많아 간신히 출근하기도 했고, 일요일에는 온종일 잠만 잤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주5일이라든 용어도 없어서 토요일도 오전까지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딱 하루 일요일만 게으름이 허락된 날이어서 최선을 다해 잠을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하고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지도 않았습니다. 요즘 같으면 불금인데다가 대낮에 끝나니 총각이었던 제가 조용히 집에 갈 리가 없죠. 친구 녀석들을 불러 내 낮술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마시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슬슬 삶이 답답해지고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에 잠을 자는 것 말고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제 자신에게 대고 있었습니다. 야근이 많은 설계 회사에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꾸준히 공부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저녁에 학원에 가거나 헬스를 하고 싶어도 야근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봤습니다. 일요일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절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술은 마셔야 했으니 잠도 얼마 못 자고 맨 정신도 아니어서 하루 종일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꾹 참고 몇 번 해봤더니 금세 적응이 되더군요. 일요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토요일에 술 약속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하고 싶은 공부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지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도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어날 때는 “아~ 잘잤다. 이제 시작해볼까?”라는 식은 절대 아니었고 제 자신과 일대 전쟁을 매일 치러야 했습니다.“오늘 하루만 더 잘까? 5분만 더 잘까? 아~ 죽어도 못 일어나겠다. 어떡하지?” 계속 이런 저를 설득하고 달래가며 일어나야 했지만 어쨌든 일어나 닥치는 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새벽에 일어나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영화를 본 적도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영화를 한 편 봐도 7시가 안 되니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아침 시간을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갖고, 지하철에서 1시간 출근길에 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니 아침에 3시간 정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이런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저는 영어학원에서 2년간 지각과 결석 없이 원어민과 아침에 두 시간씩 대화하면서 영어를 제대로 배웠고, 미국 토목기술사 PE 자격증,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PMP 자격증,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기사 (태양광 기사)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저녁에 하려고 했으면 아마 아무것도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습관을 20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파견 근무를 할 때도, 출장을 갈 때도, 야근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습관입니다. 여전히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오래된 습관이다 보니 제 자신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 없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쉽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알람을 5시에 맞추고 있지만 4시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새벽잠이 없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4시만 되면 눈이 떠져 하루 종일 피곤하고 때로는 졸기도 하니 회사에서는 눈치도 살짝 보입니다. 집에서도 9시만 넘으면 책이나 TV를 보다가도 꾸벅꾸벅 졸기도 하니 딸 아이에게 핀잔을 자주 듣습니다.
결혼 후 저의 이런 습관을 와이프가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습관으로 굳어진 후에는 이런 생활 패턴을 저보다 더 즐기고 있습니다. 신혼 때는 주5일이 되어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밀린 집안 일을 한 뒤 극장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고 집에 오면 오전9시였습니다. 와이프는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져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제가 해외 파견 근무로 몇 년간 떠나 있게 되자 수영, 배드민턴, 골프 등 운동을 시작했고 거의 10년째 새벽 5시 반에 나가서 운동을 즐기고 나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상장이나 경품을 받아올 정도로 준 선수급 레벨이라고 합니다. 저는 앉아서 조용히 즐기는 취미를 좋아하는 반면, 와이프는 액티브한 취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딸 아이도 저희들의 이런 습관을 지켜보며 신기했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결심하더니 저와 같이 4시에 일어납니다. 물론 아직 완전히 적응한 것은 아니어서 절반은 다시 잠들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혼자 뭔가를 합니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 같더니 요즘은 책을 읽거나 뭔가 글을 쓰고 있더군요. 저는 절대로 잔소리하거나,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습니다. 아침 시간은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결심한 것을 결국 해내는 습관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경험한 것은 평생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어릴 때는 누가 시키면 이상하게 더 하기 싫어지기 마련인데,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자발적으로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봤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침에 집중력이 가장 높습니다. 논문을 찾아보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색해보지 않아도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든 학교에서 공부를 하든 하루 종일 치여 살았으니 저녁에 공부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중하기가 쉽지 않죠. 몸은 계속 쉬고 싶어 하는데 강제로 못 쉬게 하니까요. 그러니 몸과 마음이 말끔하게 재정비된 새벽 시간이 집중력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쉬거나 책을 읽습니다. 요즘은 홈트레이닝으로 운동도 합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샤워를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유튜브나 서점에 보면 일찍 일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바는 다를 수 있지만, 일찍 일어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같습니다. 바로 자신만을 위한 여유 시간과 집중력입니다. 이 두 가지만 갖추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 지인들에게 이렇게 잔소리합니다. “아침을 포기하면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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