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전기인 지인 회사의 상사가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태양광 구조물의 설계 풍속 기준이 30 m/s 인데 이번 태풍의 풍속이 50 m/s 라던데 왜 안 무너진 건지 설명해봐.”
지인이 저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며 전화로 묻길래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해줬습니다.
“풍속은 10분간(또는 단위 시간당) 평균값으로 측정합니다.
그리고 풍하중은 기본적으로 주파수를 가진 파동입니다.
불다가 안 불다가 줄었다가 강해졌다가 하는 거죠.
그러니 풍하중의 지속시간이 중요한 것이지 단순히 숫자 하나로 표현해서 더 크면 무너지고 그러지 않습니다.
만약 태풍이 24시간 정도 한반도에 머물렀다면 건물이고 태양광이고 많이 무너졌을 겁니다.
쉽게 지진을 생각하면 됩니다. 지진파도 파동입니다.
규모 7짜리 지진 났다고 모든 건물이 다 무너지지 않습니다.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하중의 지속시간이 중요합니다.
파동은 아니지만 더 쉽게 이해하려면 몸무게 100 kg도 안되는 역도 선수가 잠시 200 kg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못 들고 있죠.
하중을 버티는 구조물의 강도는 그렇게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똑같은 태풍에 강도가 같은 구조물이라도 유독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바람이 풍하중으로 작용하면 무너지는 것이고, 주변 건물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해서 파동의 영향이 적어 높은 풍속이 오랜 시간 가해지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엔지니어가 아니거나 토목 분야가 아닌 분들께 쉽게 이해시키려고 쥐어짰는데 설명을 잘했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께 설명을 잘하는 능력도 엔지니어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입니다.
일은 엔지니어가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돈을 주는 분들은 거의 모두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엔지니어] 쓰레기 인성과 형편없는 능력 중 어떤 것이 더 나쁜가 (3) | 2023.01.02 |
---|---|
[글 쓰는 엔지니어] 2022년을 마무리하며, 직접 뽑은 2022년 이슈 베스트 5 (0) | 2023.01.01 |
[글 쓰는 엔지니어] 리더십의 모든 것, 베풀되 바라지 않는다 (0) | 2022.12.30 |
[글 쓰는 엔지니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면 좋은 이유 (0) | 2022.12.29 |
[글 쓰는 엔지니어]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명과 암 (0) | 2022.12.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