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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축구의 신, 메시의 우승컵과 1000경기 자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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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4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자신의 프로 통산 1000경기 자축포를 터뜨렸습니다. 지금까지 통산 1000경기에서 789호 골을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축구의 신이라고 할만 합니다. 딸 아이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빠 생각에는 호날두와 메시 중에 누가 더 잘하는 것 같아?" 저는 주저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호날두는 인간계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고, 메시는 신이니까 클래스가 다르지. 축구의 신은 저렇게 생겼어. 잘 봐 둬."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메시의 경기를 보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좁디 좁은 곳에서 슛을 날리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볼을 갖고 드리블하며 몇 십 미터를 뛰어다니며 수비수 대여섯명을 따돌리는 능력은 신의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은 메시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결국 실점하며 허탈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시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젠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몇 골을 더 넣을지 기대가 됩니다. 벌써 월드컵에서만 9골째를 넣었다고 합니다.

 

1000경기 789호 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시의 나이가 지금 1987년생이니까 만으로 35살입니다. 2004년에 프로에 데뷔했으니 18살에 데뷔해서 18년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럼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789 / 18 = 43.8골이니 1년에 거의 44골씩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손흥민이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 23골을 넣었는데 메시는 매년 그 두 배씩 따박따박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상대 수비가 거의 메시를 집중 마크했고 공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압박 수비를 펼쳤어도 1년에 평균 44골을 넣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1000경기에 789골이면 경기 수 대비 골을 79%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3경기에 2골을 넣어도 66.7%, 4경기에 3골을 넣어도 75% 밖에 안 됩니다. 5경기에서 4골을 넣어야만 80%가 되는데 그걸 해냈다는 말입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다 아는 메시 같은 선수를 상대하는 수비들이 얼마나 견제를 많이 했을 것이고 반칙으로 넘어뜨렸을까요. 그럼에도 이런 퍼포먼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가히 축구의 신이라고 할만 합니다. 게다가 축구 선수가 다치고 아플 수도 있는데 메시는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는 소식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몸도 튼튼합니다. 상대 수비의 거친 태클로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당했겠지만 모두 이겨내고 그냥 뛰었다는 얘기입니다. 5경기에서 4골이면 거의 반드시 경기당 한 골 이상은 넣었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 뉴스에서는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메시가 100호 골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는 유럽의 클럽 축구의 지존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박지성과 손흥민이 챔피언스 리그를 뛰네 어쩌네 하고, 한 골을 넣었네 두 골을 넣었네 하는 뉴스가 대부분인데 메시는 무려 100골 이상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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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시에게도 한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직 월드컵 우승컵을 갖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전에 축구의 신의 계보에는 펠레와 마라도나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우승컵을 갖고 있어 진정한 축구의 신들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시는 이미 신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월드컵 우승컵 없다는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코파아메리카 우승컵은 하나 갖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하지만 결국 월드컵 우승컵이 문제였습니다. 화룡점정인 우승컵을 이번에는 들어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지켜봤습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아무리 혼자 잘해도 나머지 10명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우승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누가 감히 메시에게 우승컵 하나 없다고 축구의 신 타이틀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월드컵 우승컵 하나 없어서 축구의 신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그는 그냥 메시로 남으면 됩니다. 메시라는 단어가 이제부터는 축구의 신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국 2022년 월드컵은 아르헨티나가 차지했고 메시의 월드컵이라는 꿈이 실현되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이후로 36년만에 저의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싶습니다.

 

드디어 메시의 대관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메시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2골을 넣었고, 차세대 신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음바페가 3골을 넣어 헤트트릭을 기록했지만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메시는 진정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축구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습니다.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체로 영광스럽습니다. 이제부터 메시의 활약이 더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본인이 꿈꾸던 일들이 다 이뤄졌으니 이제부터는 즐기면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와이프가 한 번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메시가 그렇게 대단해?"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월드컵 전에 프로리그인가 A 매치인가에서 메시를 상대로 수비수 하나가 축구화 밑창의 스파이크로 메시의 발을 찍어버린 사건이 있었어. 그때 전 세계가 경악을 했었어. 메시의 발에서 피가 나는 거야.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그때 깨달았지. 아! 메시가 인간이었구나. 메시도 사람이었어!"라고 말이야. 메시는 그냥 그 자체로 축구의 신입니다. 자체 대관식까지 치른 이 시점에서 '메시가 축구의 신'이라는 말에 감히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몇 안 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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