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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회사에 일찍 출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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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찍 일어납니다. 뭔가를 목표로 할 때는 알람을 맞춰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만, 요즘은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4시~4시 반이면 눈이 떠집니다. 보통은 인터넷 뉴스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술 마신 다음날은 너무 힘들어서 눈만 뜨고 뒹굴뒹굴 하기도 합니다. 술자리가 예전만큼 많지 않은 요즘은 1년에 몇 번을 제외하고는 일찍 일어납니다.

 

그리고 저는 일찍 출근합니다.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최소 한시간 정도 일찍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공부할 때도 있고, 밀린 업무를 하거나 하루 업무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동시에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을 때는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면 다른 직원에게 부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선 순위만 잘 정리해도 웬만해서는 업무를 전가하는 일은 없습니다. 일찍 출근하고 남들보다 일을 많이, 그리고 잘 하니 종종 저에게 업무 전가하는 분들이 많아져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오기 때문에 그때는 전가 받은 일을 돌려드리는 것 뿐입니다.

 

저도 신입사원 시절에는 늦게 일어나고 출근시간에 맞춰 출근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인해 하루가 길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변화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침 출근시간 전에 여유가 많아지니 공부를 하다가 출근하게 되는데 회사를 가기 위해 1시간~1시간 20분 가량을 만원 지하철에서 압사의 공포를 느끼며 가야하는 것에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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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6시에 집에서 나가 한가로운 지하철에서 못다한 공부와 독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6시 지하철이 그리 한가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앉아갈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어 서서 공부하고 책을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부지런합니다.그런 모습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게 되어 더 좋더군요. 가장 좋은 것은 아침마다 당시에 있었던 푸쉬맨들에 의해 압사의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지하철에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잔인하게 밀어 재끼는 푸쉬맨들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남들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게 되니 제가 불을 켜고 청소까지 해두고 공부를 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대기업이 아닌 이상 직원들이 직접 청소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런 회사들 많을 겁니다. 저도 청소하고 셈지어 책상 위 재떨이까지 비워가며 일을 배운 세대입니다. 어쨌든 공부를 그렇게 하니 매일 아침 1시간, 지하철에서 1시간, 회사 출근해서 1시간, 총 3시간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없으니 최소 3시간은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간혹 야근과 술자리가 없으면 집에 가서 공부하고, 휴일은 왕창 몰아서 공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출근하는 습관을 갖게 되니 저절로 하고 싶은 공부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20년을 습관으로 갖고 살아 보니 얻게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먼저 독서량입니다. 하루 3시간 책만 읽으면 이틀이면 웬만한 책 한 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 학원을 다니며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미국토목기술사 PE, 프로젝트관리 전문가 PMP,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 (일명 태양광 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또 있습니다. LISP, VBA, Python 등 프로그램 언어 3개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서 제가 혼자 개발한 업무용 프로그램만 300여개가 넘습니다. 여러분들도 일찍 일어나고 일찍 출근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일찍 출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입사원 때 다짐했던 것 하나 때문입니다. 일을 배우며 이리저리 깨지다보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다짐한 생존용 결심이었습니다. “그래, 일 못하면 성실하기라도 하자.” 저는 그 결심을 20년째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특한 저에게 선물로 소주 한 잔 사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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