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 저희 회사 일을 도와주고 계시는 외부 업체 담당 직원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소규모 업체이고 함께 일한 지 3년이 넘은 회사지만 담당 직원이 벌써 5명째입니다. 일을 같이 할만 하면 그만두고 다른 직원으로 바뀌기를 벌써 5번째입니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가 인수인계를 도와줘야 해서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만나서 밥을 먹든, 술을 한 잔 하든, 얘기해보면 다들 30대 초반이고 열정들이 넘치는 사람들이라서 저도 몇 마디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당장 들을 때는 집중하며 듣지만, 돌아서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열심히 살아왔고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한 탓에 이렇듯 젊은 직원들에게 인생 상담을 해주거나 조언을 해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묻지도 않았는데 감히 잔소리하려 들거나 먼저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는 물어 본 것에 답하면 조언이고,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면 잔소리라 하더군요. 지켜보다가 안타까움이 머리 끝까지 올라올 때 앉혀놓고 조언, 아니 잔소리를 하는 편입니다.
보통 제가 인내의 한계를 느낄 때가 언제냐면, 부모님을 잘 만나 번듯한 교육 과정이나 유학을 경험한 사람도 아니고,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저처럼 그냥 그런 대학을 나왔거나 고졸이면서 나이도 이제30대 초반인 사람이 열심히 살지 않아 보일 때입니다.오늘 만난 직원이 딱 그랬습니다. 고졸이고 사회 생활도 5~6년 정도 한 30대 초반의 대리급 직원인데 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을 뿐이고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독서는 거의 해본 적도 없고,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영어도 잘하고 싶고, 성공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지적한 문제점은 이랬습니다. 우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막연합니다. 영어든 뭐든 잘한다의 기준이 뭔지 본인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여행용 영어인지, 일상 생활 영어인지, 비즈니스 영어인지 먼저 선택하고 어느 정도 실력까지 원하는지 결정하면 공부 기간과 공부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에 맞는 예산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가늠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의 기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바라는 성공은 결국 돈이 많은 것인데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로또, 주식, 암호화폐 등으로 한탕을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직 대략적인 스케치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게임은 취미로 스트레스 풀 겸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부모도 아니고 게임하지 말라고 잔소리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할 일은 하고 나서 놀아야죠. 대책 없이 논다고 누가 돈 보따리 싸들고 찾아와서 성공을 시켜준답니까.
제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저처럼 진지하게 잔소리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 본 젊은 사회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들었던 말 중에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때 “소에게 물이 있는 곳만 알려줘야지, 물을 억지로 떠 먹여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겪고 방법을 찾아서 배울 때 진정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억지로 물을 떠 먹여주는 누군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마 커리어 매니지먼트, 즉 경력 관리와 사회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주는 분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종류의 직업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잔소리와 조언들 모아 보면 전문 컨설턴트 못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확신이 강해지는 말을 하나 직접 만들어 가지고 있습니다. “타고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부모님 잘 만난 사람 못 이긴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곰곰이 잘 생각해 보고, 저처럼 자신이 부모님을 잘 만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만 놀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셔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원래 그런 곳입니다.
[글 쓰는 엔지니어] 태양광에 대한 오해와 가짜 뉴스, 그리고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0) | 2023.01.10 |
---|---|
[글 쓰는 엔지니어] 태양광에 대한 오해를 풀기 전에 이해부터 합시다 (0) | 2023.01.09 |
[글 쓰는 엔지니어] 회사에 일찍 출근하는 이유 (2) | 2023.01.07 |
[글 쓰는 엔지니어]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관전평 (대한민국 vs 브라질) (0) | 2023.01.05 |
[글 쓰는 엔지니어] 축구의 신, 메시의 우승컵과 1000경기 자축포 (1) | 2023.01.0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