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의어들은 과연 뜻이 완전히 같을까? 뜻과 어감까지 완전히 같을까?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영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say, tell, speak는 같은 말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explain, illustrate, account for는 같은 뜻이라고 했습니다. 수학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이런 교육은 수학 공식 같았습니다. equal이라고 하니 그냥 공식처럼 외우면 되는 거죠.
하지만 미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깨달은 점은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의미는 비슷할 수 있지만 어감까지 같지는 않아서 TPO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어를 수학처럼 공부했으니 미국인들이 많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배운대로 말했지만 미국인들은 말이 안 된다거나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니 저도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어떤 느낌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고 일단 안 된다고 하니 다른 방법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말은 어떤가요? 우리말에도 동의어들이 많습니다. 생각, 사고, 사색, 명상, 회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포털에서 동의어로 검색해 보면 바로 나오는 예입니다. 그런데, 같은 말 맞나요? 우리가 정말 동의어처럼 사용하나요? 외국인들이 같은 말이냐고 물어보면 같다고 대답하실 수 있나요? 물론 대답하기 귀찮으면 같다고 하고 등을 돌릴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 전에는 몰랐지만, 마치 제가 미국인에게 영어를 할 때처럼 미국인이 우리말로 "저는 그렇게 명상합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실수할 때 미국인들이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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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다시 말하면 동의어는 뜻은 비슷하거나 같을 수 있으나 쓰임새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는 것은 같지만 말하는 화자가 의도를 담아 깊게 생각하거나, 조용히 생각하거나, 돌이켜 생각하거나 등으로 말하고 싶을 때 각각 다른 단어들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동의어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다 같은 말이면 하나만 두고 사라질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문맥과 어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부하고 이해하기 쉽게 동의어라는 개념으로 한 카테고리로 묶은 것뿐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음부터는 영어를 공부할 때도 이런 느낌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설사 틀리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한글의 의미와 1:1로 매치시켰습니다. 가령 사전에 '명백하게'라고 입력하면 나오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clearly, obviously, evidently, explicitly, distinctly 가 주루룩 나옵니다. 다들 동의어고 뜻은 같지만 분명히 사용처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clearly(분명히), obviously(명백하게), evidently(눈에 띄게), explicitly(명쾌하게), distinctly(뚜렷하게) 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사용해야 할 때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맨날 쓰는 말만 쓰지 않고, 언어의 표현력이 풍부해지며, 문해력까지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틀려도 됩니다. 영어는 결국 자신감입니다. 어차피 미국인들에게 저는 외국인이고 영어 못하는 거 굳이 말 안 해도 걔들이 이미 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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