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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코로나19로부터 일상으로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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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부터 일상으로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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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부터 일상으로의 회복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23년 3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정부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습니다. 단계적으로 해제해 오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드디어 대중교통에도 적용된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저와 같은 칸에 탄 모든 승객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었습니다. 실외, 음식점, 사무실, 대중교통 승차 플랫폼 등에서 해제될 때도 저는 계속 착용하고 있었고,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번 착용하고 나니 마스크를 벗기가 더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지난 3년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웬만하며 마스크를 앞으로도 착용할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에서도 그렇고, 사무실에서도 그렇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은 영원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단계적으로 회복 중이지만 불편한 부분들이 회복되는 것일 뿐이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오히려 편해진 것들은 이전으로 되돌리기 싫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필요한 회식과 회의가 줄어들거나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기간에도 친한 사람들과는 2명에서 4명까지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이나 임원들이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허울로 자신의 권력을 마음껏 뽐냈던 회식 자리가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 3년간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그저 친한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1차만 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는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억지로 술을 먹지 않아도 되고,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경직되지 않아도 되며, 웃기지도 않은 유머에 웃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니 모두가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유도 없이 자주 모여 결론도 없고 그저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트집을 잡거나 독촉이나 하던 회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다시 증가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는 ‘알쓸인잡’에서 “코로나19가 잔인한 것은 우리의 가장 인간다운 삶을 공격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만나서 같이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모여서 일도 같이 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술도 한 잔 같이 하고, 여행도 같이 가는 등의 일상이 공격을 받으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성이 공격받았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할 일 목록 (To-do-list)’ 대신 ‘하지 않을 일 목록 (Not-to-do-list)’를 작성함으로써, 삶과 일의 효율이 높아진 부수입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 억지로 하던 일들 모두 단시간에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제거하기도 불가능했고, 종국에 없어지더라도 수십년 걸렸을 일들을 불과 3년만에 우리는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효율이 높아져서 좋았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씨앗 하나를 찾았을 뿐입니다. 우리가 코로나19에게 공격 받은 ‘인간다움’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2023년 3월 20일 현재까지 전세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6,814,973명, 대한민국 사망자 수 34,17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2020년~2023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입은 피해와 상처를 영원히 기록하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든 돌아가신 분들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분명하고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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