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오토캐드와 함께 일을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던 것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목표 설정 및 준비하기
② Templates 만들기
③ 재사용 컨텐츠 만들기
세 번째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객체들을 모듈화하여 관리하면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었습니다. 위 세 가지를 갖추면 이제 초급에서 중급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이해하면 꼭 필요한 명령어들과 시스템 변수들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은 중급 또는 고급 사용자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얘기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해왔던 것이어서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사용자들이 등장하게 되고, 새로운 고수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므로 누군가에게는 잔소리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빛으로 보일 수 있으니 오랜 독자들은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기 바랍니다.
중급 및 고급 사용자일수록 초급 사용자들과의 차이점은 손이 빠르거나 많은 것을 아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단순 반복 작업을 얼마나 덜 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프로그래밍입니다. 이에 대한 얘기는 조금 후에 다룰 것이니 도망부터 치지 않기 바랍니다.
핵심 키워드는 사용자화 (Customization)입니다. 사용자화의 개념은 오토캐드가 갖고 있는 자부심이기도 하고 여타의 소프트웨어들과의 차별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이 제조사는 플랫폼만 주고 나머지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사용자화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똑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비즈니스에 특화되는지, 날씨와 화장법에 특화되는지, 골프나 어학공부에 특화되는지가 달라지는 것은 모두 사용자화의 결과입니다. 오토캐드 역시 2D 도면에 특화되는지, 3D 도면에 특화되는지, 주석과 치수선 작업에 특화되는지, 모델링과 렌더링에 특화되는지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바꿀 수가 있습니다.
사실 사용자화라는 용어 자체는 반드시 머리 아픈 프로그래밍의 개념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토캐드에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화 기능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키보드 입력을 사용자화할 수도 있고, 오토캐드 화면 배치를 바꿀 수도 있으며, 각종 색상들을 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급 사용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기에 프로그래밍을 통한 사용자화를 더해야 할 것입니다. 쉬운 것부터 어려운 내용까지 사용자화의 종류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명령어 단축키 (Command Alias)
오토캐드 명령어들을 짧게 줄여주는 기능이 가장 쉽고 대표적입니다. 오토캐드 사용자들이 거의 처음 배우는 PGP 파일에 정의하는 단축키를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오토캐드 사용 방식은 왼손은 키보드 위에 올려 놓고, 오른손은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왼손 하나로 키보드를 입력하려면 단순한 것이 좋기 때문에 왼손의 동선을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오토캐드를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PGP가 함께 설치되는데 메모장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가 있습니다. 가령 복사 명령인 Copy의 경우 기본적으로 Co라고 되어 있고, 원을 그리는 Circle의 경우 C라고 입력되어 있습니다. 오토캐드를 사용하다 보면 복사 명령을 수행하는 횟수가 원을 그리는 횟수보다 월등히 빈도수가 높기 때문에 복사할 때 원을 그리는 명령어를 잘 못 입력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맨 처음 오토캐드를 설치하면 보통의 사용자들은 복사 명령을 C로 변경하고, 원 그리기 명령을 Ci나 CC 등으로 변경합니다. 이것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를 경우 하루에 수십 번씩 복사할 때마다 키보드의 CO를 입력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키보드를 지금 당장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C와 O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고 왼손 하나로 입력하기 얼마나 어려운 위치에 있는지를.
-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화 (Customized User Interface)
오토캐드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열어 보는 대화창 중에 하나가 바로 CUI 대화창일 것입니다. 물론 가장 많이 열어보게 될 대화창은 열기, 저장, 인쇄, 옵션 등이겠지만 CUI 대화창도 이에 못지않을 것입니다. CUI 대화창에서 많은 작업들이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툴팁 및 신속 특성 사용자화
② 키보드 단축키 정의 (PGP와는 다른 개념)
③ 더블 클릭 사용자화
④ 마우스 클릭 조합
⑤ 리습 (LISP) 로드하기
⑥ 각종 메뉴 편집하기
추가로 앞서 많은 강좌에서 다뤘지만 고급 사용자들은CUI에서 매크로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명령을 새롭게 만들어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 매크로 (Macro)와 스크립트 (Scripts)
엄밀히 말하면 매크로와 스크립트는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많은 부분들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래밍 범주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매크로나 스크립트를 할 줄 안다고 해서 프로그래머라고 부르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변수를 제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오토캐드 사용자들은 매크로와 스크립트를 사용할 줄 알면 이미 고급 사용자가 될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토캐드의 구동 원리와 소프트웨어의 구조 자체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엔터키나 스페이스 바를 몇 번 누르는지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실무에서 아직도 스크립트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면이 만약 100장이 있고, 모든 도면을 Purge하거나 해서 모두 동일한 작업을 적용해야 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관련 강좌도 참 많이 다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찾을 만큼 찾아보고 정 모르겠으면 필자에게 직접 연락하기 바랍니다.
- 리습 (LISP)
매크로나 스크립트는 오토캐드의 기본 명령어들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변수를 적용하거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오토캐드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 언어는 바로 리습입니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만든 언어인데 실제 실무에서는 오토캐드 외에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토캐드에 탑재된 언어이고 오토캐드 자체도 리습을 이용한 명령어들이 꽤 많습니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래도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수억 명 이상의 오토캐드 사용자들이 개발했고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절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대체 수단도 없었고 접근이 용이했습니다.
그러나 리습을 가르쳐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관련 서적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는 사용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조금만 더 버티고 인내해서 공부하면 정말 오토캐드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모르는 부분이 대부분 없어지고 오토캐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오토캐드를 사용하면서 최초에 내가 설정했던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마저 들게 됩니다.
- 닷넷 (.NET)
리습은 단지 오토캐드 안에 탑재된 프로그래밍 언어입니다. 리습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NET 프로그래밍이 있습니다. 리습은 오토캐드만을 위한 프로그래밍인 반면에 .NET은 마이크로소프트 프레임워크 (Microsoft Framework)를 이용합니다. 많은 고급 사용자들도 .NET의 비주얼베이직 정도는 사용할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주얼베이직을 사용한 VBA 정도면 엑셀과 같이 외부 응용 프로그램들과의 호환이 매우 용이합니다. 그러나 C++과 같이 그 이상의 프로그래밍은 전문 프로그래머들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단정지어 오토캐드 사용자들이 사용하면 안 되는 프로그래밍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문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실제로 전문 프로그래머들이 C++ 등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NET을 공부해서 최고수가 되고자 한다면 맨 먼저 난관에 부딪힐 것입니다. 이것을 공부해서 개발한 프로그램들이 유료로 판매되고 있는 까닭에 공부 자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재산이고 저작권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소스를 쉽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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