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 날 그때 제가 가졌던 느낌과 감정을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나 되었고 이 글을 읽을 나이가 되었습니다. 조만간 보여줄 예정입니다.
저에게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인지 물으시면 이 글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이 다음에 커서 이 글을 읽게 될 사랑하는 내 딸에게…
OO야… 사랑하는 OO야… 벌써 니가 이렇게 커서 아빠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마워… 아빠가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아마 아빠를 원망하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미안… 하지만 아빠는 최선을 다해 우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구나… 엄마에게도 너에게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미래의 너에게 아빠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엄마랑 아빠가 아주 속상해서 그렇단다… 너에게 물려줄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니가 공부하게 될 우리나라 역사가 아주 많이 이상해져서 그렇단다…
우리나라엔 자신의 몸을 바쳐 일본, 북한 등 외세에 맞서 싸우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셨단다… 그 모든 분들로 인해 힘겹게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도 있게 되었고 민주주의도 발전해 왔단다…
그리고 어떤 분은… 반칙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고,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로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꿈꾸기도 하셨단다…
그런데 바로 어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단다… 51.6%의 지지로 박근혜라는 사람이 48%의 지지를 받은 야당의 정치인을 누르고 당선되었단다… 이미 너에겐 그저 하나의 역사로 남아있을 테고 어떻게 책에 쓰여질지 모르지만 아마 사실 전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단다… 그래서 아빠는 현재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너에게 글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쓴다…
아빠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사실만 정리해볼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란다… 다카키 마사오, 오카모토 미노루로 창씨개명하고 일본 천황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해서 광복군을 잡아들이던 일본의 군인이었단다… 그리고는 해방 후 남로당에 가입해서 좌익 활동을 하고 형인 박상희는 좌익 활동으로 시위 도중 경찰에 잡혀 사살되었단다… 그리고 박정희는 잡혀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동료들을 밀고한 공을 세워 다시 군대로 복귀하고 쿠데타로 대통령까지 되었단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중앙 정보부를 만들어 국민을 감시하고 고문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했단다… 유신으로 종신 집권을 꿈꾸며 헌법을 유린하고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고 죽이려고까지 했단다… 민청학련과 인혁당으로 사법살인을 자행하고 심지어는 미국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던 코리아게이트까지 터지면서 나라 망신까지 시켰단다… 이때 나온 미국의 보고서가 프레이져 보고서 (Fraser Report)라고 불리는데 박정희의 경제 정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했다는 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자료란다… 미국이 조사하고 작성한 보고서로 대단히 객관적인 자료란다… 니가 살면서 많이 듣게 될 “박정희 덕에 우리가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은 믿지 말길 바래…
어쨌든 이런 박정희의 딸이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원과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평생 땀 흘려 돈을 벌어 본 적도 없고 토론이든 기자회견이든 나와서 수첩만 읽고 말을 더듬거리며 실수나 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단다… 불법 선거 운동으로 측근들이 고발되고 측근 하나는 아예 불법 자금 수수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단다…
아빠가 인생을 잘 못 살아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아… 대한민국이 지금 끝이 났다고 믿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니가 나중에 이런 역사를 보고 아빠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
“친일파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될 수 있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 필요 없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518처럼 국민을 학살해도 용서해 줬어?”
“세금은 안내도 되는 거야?”
“반칙이라도 돈 벌고 성공만 하면 되지 않아?”
“법을 어겨도 돈만 많으면 되지 않아?”
미안하지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거야…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어제 현실이 되었으면서 아니라고 말하는 아빠가 이해 안되겠지… 이 모든 것들을 암기할 필요도 없고 이해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우리를 용서하렴… 부끄럽고 못난 역사를 남겨준 우리를 용서하렴… 이 다음에 쓰여질 역사는 제대로 남겨주고 싶구나…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이런 글 다시 써서 너에게 남겨주는 아빠가 되지 않을게…
아빠는 세상엔 최소한의 정의와 선(善) 의식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 어떻게 친일파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엄마와 아빠는 어제의 일로 모든 세상의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어…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루 종일 한숨만 쉬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구나… 이 나라에서 어떻게 더 살아가야 할지 앞이 막막하구나… 어떻게든 살게 되겠지… 우리에겐 니가 있으니까… 힘을 낼게…
앞으로 아빠는 우리나라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살게 될 것 같구나… 니가 이 글을 읽을 때 쯤… 그 해답을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
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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