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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엔지니어] 1만 시간의 법칙과 운구기일 (運九技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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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아웃라이어(Outliers)'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흔히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으니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사실 말콤 글래드웰이 책에서 말한 1만 시간은 주변 환경이 따라준다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어떤 환경과 조건이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적절히 환경과 타이밍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여러 성공한 사업가들을 분석한 후 내린 결론입니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같은 내용으로 이미 오래 전에 언론인 김어준이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그는 “흔히 운칠기삼 (運七技三)이라고 하는데 저는 운구기일 (運九技一)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9할이고 기술이 1할이니까 운이 더 중요하므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술 1할을 위해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해야만 운 9할이 주어진다는 의미입니다.인생의 9할은 운인데 기술 1할이 없으면 절대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듣자마자 무릎을 쳤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말을 이보다 더 정확히 표현한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앞날을 모르니 묵묵히 잠자는 시간 아껴가며 열심히 노력을 하다 보면 기회가 우연히 다가옵니다. 앞에서 했던 노력의 크기에 따라 기회의 차이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똑 같은 시간이 주어진 엔지니어 둘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명은 그 시간에 일하면서 술도 마시고 핸드폰 게임도 합니다. 또 한 명은 낮에는일하고 저녁에 잠 안 자고 공부해서 기술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두 사람에게 과연 어떤 운과 기회들이 주어질 지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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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얘기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합니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든 운이든 애초부터 주어지지도 않지만, 주어져도 이게 기회인지 뭔지 모르고 지나치거나 미리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분명히 여러분과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입니다. 언젠가 제가 “부모님 잘 만난 사람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예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표현을 1만 시간의 법칙과 운구기일에 적용해 보면, 환경이 이미 주어져 있고 뭘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자신이 미래에 뭘 해야 할지 막연하고 막막한 상태에서 묵묵히 노력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인데, 소위 부모님을 잘 만난 사람들은 노력 자체에 대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씁쓸하지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같은 거대 담론은 당장 바꿀 수 없더라도 부딪혀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커리어와 직장 생활에서의 불평등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감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 잘 만난 사람이 승승장구한다고 잠시 배는 아플지언정 그 자체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니까요. 그 와중에 그들이 법을 어겨가며 성공하면 최선을 다해서 화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만, 화가 나도 열심히 할 일은 해야 합니다. 공부든, 기술이든, 운동이든, 뭐든지 노력해야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은 공부, 기술, 운동 등은 단시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뭘 좀 머리에 넣고 연습하면 바로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습니다. 그래서 중도 포기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누군가는 분명히 해내고야 맙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기회를 부여 받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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