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작품집
□ 시상 : 2023. 10. 31.
□ 형식 : pdf 93 page
□ 주관 : 국토교통부
□ 자료 다운로드 :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작품집-1
□ 자료 다운로드 :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작품집-2
최근 COVID19 팬데믹은 한반도 여름 폭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이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점을 각인해 준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인류에게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였다. 그 순간은 고통을 안겨 주었지만 극복 과정에서 얻어진 진보는 높은 수준의 건강한 문명을 이루는 배경이 되었다. 환경과 밀접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건설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은 해묵은 주제지만, 건축 생산의 근원은 그대로 둔 채 재생에너지 기술을 ‘덧대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차원을 포함한 건축 생산의 근원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기술적 장치에만 의존하는 도구적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단열과 기밀로 단절된 공간에 에어컨, 열교환시스템을 설치한 패시브하우스에서 거주는 환경과 교감을 상실한 고립된 객체일 뿐이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된 환경에서 맞이한 COVID19 전염병에 인류는 비교적 잘 견뎌냈다. 그래서인지 기후위기의 위중함에 비해 자각과 대처는 미약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기후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우리를 공동성의 영역으로 초대하는 상황이지만 올해 대한민국 건축문화 대상의 출품작 전체를 평가할 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분야의 고민은 미약하다. 기후 문제가 신재생 에너지 설비의 장착 같은 도구적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의 중심 주제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건축의 새로운 생산체계에 대해 고민할 때다.
최근 아파트 등에서 부실한 철근 배근과 공사에서 비롯된 붕괴 사고는 첨단 사회로 이행하는 국가 이미지와 다르게 우리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과 그 환경을 반복적으로 제조하는 시스템에 절망하게 한다. 2022년도부터 건축문화대상은 부실의 문제와 준공 후 공간의 쓰임을 들여다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준공 후 약 6개월이 지난 건축물에 대해 응모자격을 부여했고, 올해는 1년이 지난(2022.6.30. 이전) 건축물로 한정했기 때문에 올해 응모작 수는 대폭 줄어 141개 작품이 접수되었다. 심사위원회는 1차 심사위원회를 열고, 제출된 서류 심사를 통해 16개 작품을 현장심사 대상작을 선정하였다. 선정 기준은 각각의 작업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열어두고, 완성도에 비중을 두었다.
1차 선정 작품 수가 작년 최종 수상작 수보다 적어 현장심사 대상이 된 작업들은 모두 상을 주어도 충분한 가치와 완성도를 갖추었다. 작년에는 사회/공공, 민간, 주택 3개 분야로 나누어 분야별로 대상과 본상 각각 1 작품, 우수상 3~4 작품 포함, 17개 작품에 수여하던 상이 분야별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각각 1개 작품 2개의 총 6개로 줄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심사위원회는 4일간 전국을 순회하는 현장심사 과정을 함께하며 심사 기준 조정을 거듭하였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의 수가 줄어들면서 작품으로서 완성도 기준으로는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가 제정한 상이 어떠한 가치에 손을 들어주는가 하는 다음 세 개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선정 기준을 마련하였다.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향이 건축적 해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가. 그 성과가 지역과 사회에 긍정적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가. 그 성과가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가져 좋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는가. 올해 건축문화대상은 성찰적 태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생산체계를 여는 작품에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공공시설임에도 ‘흔히 공공시설은 감안해서 본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건축가의 역량뿐만 아니라 건축을 만들고, 프로그램 운영자들과 협의와 구성,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축가가 참여한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흔히 공공건축에서 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협력을 높은 완성도로 증명해 주었다. 청소년 활동 공간을 담고 있는 단순한 사각형 주공간은 열린 마당의 인상이 청소년들이 주체라는 본질을 쉽게 눈치채게 해준다. 주공간의 표면은 곡면의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반복 설치로 구현된다. 지원하는 공간인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 요소들은 독립적인 형태를 가지며 수직 패턴을 이룬다. 수직 패턴의 문양 거프집으로 구현된 노출콘크리트의 돌출 부위는 깨어내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표면을 만들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펀 그라운드 덕분에 서울 강남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래된 제지공장의 리모델링과 도시재생이 연계된 작업이다. 흔히 근대건축유산의 재생에는 ‘보존과 활용’ 사이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하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섬세한 태도가 동시에 필요하다. 새로운 활용을 우선하다 보면 원형 훼손이 클 가능성이 있고, 원형 보존을 우선하다 보면 활력 있는 쓰임이 어려울 수 있다. 아트센터는 원형이 심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보존보다는 활용에 비중을 둔 작업이다. 일부 남아있는 오래된 벽과 질서를 달리하는 새로운 벽을 병치시키고, 주변 지역의 흐름을 과감하게 관입시켜 재생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상부의 목구조 지붕틀은 일부를 보존하고, 훼손된 부분은 재현해 오래된 기억을 이어주고 있다. 상부의 철골구조와 하부의 목조트러스 사이의 구조해석은 의문을 남겼다.
용산구 후암동 아래 두텁바위길과 위 소월길 사이 15m 높이차에 대응하며 만들어진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다. 소월로 주변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소월로의 해발고도를 넘어서 지을 수 없는 혹독한 조건을 배경으로 한다. 향후 주변지역의 개발과정에서 좋은 선례로 작용해 이 지역이 규제의 불편함을 넘어 좋은 도시건축이 집적된 지역으로 변모해가길 기대하게 한다. 시설을 엇갈려 쌓은 상자 모양으로 구성한 후 오브젝트로 인식되는 연속되는 계단으로 연결했다. 위치를 변경하며 연속된 계단은 옥상에 도달해 소월길로 이어진다. 정면 정 가운데에서 시작하는 계단은 계단의 위상을 분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내부의 활동을 적절한 스케일로 분절한다. 「콤포트서울」의 의도가 정교하게 구현되었다고 여겨지는 데는 뛰어난 시공성에서 비롯된다.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는 콘크리트의 표면마감은 좋은 글에서 볼 수 있는 적확한 용어의 사용과도 같다.
주거와 카페, 레벨을 달리하는 두 채의 목구조 건축으로 구성한 「포레스트 에지」를 선정했다. 글루램과 LVL(단판적층재), 합판 등 선과 면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강도를 가진 공학목재를 혼용하면서 본래 재료의 생산 치수 그대로 활용하는 모듈화를 바탕으로 작업했다. 흔히 공간 안에서 목구조의 노출 트러스의 구성은 쉽게 풍요로운 인상을 만들지만 「포레스트 에지」는 모듈화된 건식재료로 엄정한 질서를 구축해 내밀한 인상을 동시에 갖게 한다. 천장의 풍요로움에 비해 1층 커튼월 벽은 간결하다. 강도가 좋은 LVL을 활용, 크기를 최소화해 이곳에 시선이 머무르게 하기보다는 인접한 숲의 풍경에로의 이끈다. 「포레스트 에지」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는 재료 손실이 최소화된 가벼운 목재로 만들어져 저탄소 건축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환경적 요구에 비해 미약한 건축분야의 성찰 의미도 담았다.
대안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12가구로 구성된 마을이다. 북동쪽에 진강산을 두고 마을은 소나무숲이 북쪽을 감싸고 언덕 아래 남서쪽으로 경작지와 바다가 보이는 전형적인 마을의 모습이다. 단층 구성과 경사지붕의 다양한 변주로 만들어진 집들이 이루는 윤곽은 편안한 동네 풍경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레벨 차이에도 뒷집의 전망을 가리지 않는다. 다세대형 단지를 형성해 공동주차장과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과 소통한다. 산다는 것은 내가 살고, 가족이 살림살이를 이루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에 존재했고, 현재의 우리도 알고 있는 삶의 기본 원리다.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주택」이 이룬 함께 사는 논리는 대규모 아파트 위주의 주거 공급체계에 대항하기에는 연약해 보이지만 인상적인 대안임에 틀림없다.
단독주택이다. 단독주택은 심사과정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곤 한다. 건축적으로 훌륭하다고 해도 개인 또는 한 가족만을 위한 성취에 상을 줄 이유에 모두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산돌집은 광주 시내에서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가로에 면해 도시형 단독주택의 한 유형으로서 성취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건축물이 하나의 유형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추상적 보편성과 개별적 구체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가로에 면해 4층 높이의 단정한 입면과 균형 잡힌 자연스러운 개구부는 건강한 도시건축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저층부 60mm 두께의 파주석 마감이 풍요로움과 함께 거주공간의 감각을 대변한다. 넓지 않은 3각형 형태의 평면은 흔히 동적공간이 되기 쉽고 주거공간의 정온함과는 거리가 멀어질 위험에 빠지기 쉬운데 높은 수준의 공간 조율로 걱정을 기우에 그치게 한다. 1층에 마련된 작은 주방은 외식업을 하는 주인의 새로운 레시피 개발공간이다. 일과 거주가 복합된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도시주거의 탁월한 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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